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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지 않게 마시는 방법이 없을까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는데 물량 공세에는 장사가 없더라고요. 화장실을 자주 가면서 중간중간 물로 입을 헹궈내면서 계속 마십니다.”

 
스타벅스 음료 개발을 담당하는 이범식(37) 음료팀 파트너는 회사 음료를 가장 많이 마시는 직원이다. 보통 하루에 마시는 양만 5L 정도. 톨 사이즈(356㎖)로 100잔까지 마신 날도 있다. 최근엔 1시간 동안 칵테일 20잔을 마시기도 했다. 이 파트너는 2017년 9월 스타벅스에 합류해 지금까지 60여개의 음료를 개발했다. 스타벅스가 매년 각종 프로모션으로 출시하는 신규 음료 80여종 중 90% 이상을 음료팀 6명이 자체 개발한다. 한 명이 매달 음료 한두개씩은 개발하는 셈이다.

[잡썰⑫]스타벅스 음료팀 음료R&D 파트 이범식 파트너

 

이범식 파트너가 26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이범식 파트너가 26일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 아이스 컵에 줄 3개 있는 이유?  

음료 개발에서 출시까지는 보통 1년이 걸린다. 지난달 출시해 판매 중인 ‘샤이닝 머스캣 에이드’도 지난해 5월부터 준비했다. 아이디어 회의에서 종목(샤인 머스캣)을 결정하면 3~4개월간 ‘무한 시음’이 반복된다. 개발된 음료는 매장 파트너로 구성된 평가단의 합격을 받아야 협력업체 등을 통해 농장 계약과 부재료 제조 등 출시 준비에 돌입한다. 파트너들에게 보낼 교육 영상 촬영까지 마치면 출시 준비가 끝난다.
 
스타벅스 아이스 컵에는 매장 파트너들이 음료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선 3개가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 아이스 컵에는 매장 파트너들이 음료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선 3개가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개발에서 중요한 건 맛과 비주얼. 연초에 출시했던 ‘핑크용과 레모네이드’는 노란 ‘슈크림 라떼’와 상반되면서도 싱그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색감을 찾다가 개발한 음료다. 용과는 생과일로는 ‘무(無)맛’이지만, 열대과일을 혼합해 상큼한 맛을 만들었더니 2주 만에 매진됐다. 레시피도 단순해야 한다. 스타벅스 아이스 컵에 3개의 선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따로 계량할 필요 없이 3개 선에 따라 재료 양만 맞춰서 제조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
 
그중에서도 제일로 꼽는 건 새로움이다. 이 파트너도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음료가 뭘까 아이디어가 없을 때 가장 힘들다”며 “새로움에 대한 끝없는 갈증과 동시에 압박감이 늘 존재한다”고 했다. 2019년 출시했던 ‘화이트 뱅쇼’는 “뱅쇼는 레드와인으로만 만들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떠올라 반나절 만에 기획한 음료도 있다. 지난해 제주 특화 음료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비자림 어때? “라는 동료의 말 한마디를 듣고 만든 ‘제주 비자림 콜드 브루’다.
 
왼쪽부터 샤인머스캣 에이드, 핑크용과 레모네이드, 홀리데이 화이트뱅쇼.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왼쪽부터 샤인머스캣 에이드, 핑크용과 레모네이드, 홀리데이 화이트뱅쇼.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토피넛 라떼, 한국과 미국 맛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상황을 음료 개발에 적용해보는 직업병도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세계 유명 식품박람회를 다니며 공부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었지만, 요즘엔 사진·음료 전문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는다. TV를 봐도 자연스럽게 ‘저런 음식은 음료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음료라도 한국과 해외의 맛은 또 다르다. 크리스마스 대표 음료인 ‘토피넛 라떼’의 경우 매년 레시피가 조금씩 다른데, 한국에선 미국 보다 덜 달고 더 고소하게 만든다. 씹는 맛을 더 살리기도 한다. 미국의 인기 음료인 ‘펌킨 라떼’는 한국에선 ‘단호박 라떼’로 변경했다. 한국에선 시나몬 향이 강한 펌킨 라떼보다는 단맛이 나는 단호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파트너는 “스타벅스코리아는 합성 감미료나 합성 색소, 합성 보존료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매뉴얼이 있어 우리 기준에 맞게 원·부재료를 개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범식 파트너가 서울 중구 소공동 스타벅스코리아 음료개발실에서 재료 배합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이범식 파트너가 서울 중구 소공동 스타벅스코리아 음료개발실에서 재료 배합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 음료 개발자가 추천하는 음료는 뭘까. “당연히 제가 개발한 음료를 추천하고 싶지만, 본인이 마시고 싶은 음료가 가장 맛있는 음료”라며 웃었다. “가끔 뭘 마셔야 할지 고민된다면 ‘오늘의 커피’를 추천한다”고 했다. “오늘의 커피는 일정 기간마다 원두가 바뀌어 새로운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타벅스 음료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묻는 말엔 “파트너가 추천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숱한 시음과 연구를 통해 보장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음료를 마시는 이 파트너지만, 그가 가장 배부를 때는 “1년 내내 출시해주세요”라는 소비자 반응이 나올 때다. “앞으로도 더 새롭고,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료를 개발하다 보면 언젠가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제 음료가 출시되지 않을까요? 그런 날을 꿈꿔봅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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