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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로켓포 막은 진짜 ‘아이언 돔’은 철벽 민방위 시스템

중앙선데이 2021.05.29 00:20 738호 13면 지면보기

이스라엘 난공불락 방어망

이스라엘의 공습 사이렌.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 사이렌. [AP=연합뉴스]

지난 10~21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각각 로켓과 폭격을 교환하면서 전쟁을 치렀다. 가자에서 248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이 각각 숨졌다. 21세기의 비극이다. 인명 피해만 보면 일방적인 난타전으로 볼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전투기와 정밀유도폭탄·미사일·공격용헬기·드론·자주포 등등 현대 무기로 무장했지만, 하마스는 로켓과 박격포, 개인화기가 고작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과 분쟁서 피해 작아
로켓 4360발 폭격에 13명 희생
포탄 90% 요격 감안해도 기적적

발사 징후 포착되면 조기 경보
도심 곳곳 방공호로 신속 대피
전술·무기 변화 따라 진화 계속

하지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발사한 로켓이 4360발이나 된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로켓은 유도되지 않는 발사 무기체계다. 외과 수술적인 목표물 타격은 불가능하고 무차별 공격에 주로 쓰인다. 로켓 무기의 위험성이다.
 
방공호에 대피 중인 이스라엘 주민들. [AFP=연합뉴스]

방공호에 대피 중인 이스라엘 주민들. [AFP=연합뉴스]

물론 BBC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 중 이스라엘의 인구 밀집지역이나 주요 시설로 날아가던 분량의 90% 정도가 이스라엘군의 아이언 돔에 요격된 게 사실이다. 2011년 개발해 실전 배치한 포탄·로켓 요격용 대공 무기체계다. 하지만 10% 가까이는 인구 밀접 지역인 도시에 떨어졌다. 이를 고려하면 이스라엘은 기적적이라고 할 만큼 선방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엄청난 숫자의 하마스 로켓 공격에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 배경에는 오랫동안 공들여 발전시켜온 민방위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은 4차례 이상의 전면전을 겪은 것은 물론 2001년부터 가자지구의 하마스로부터는 수시로 로켓 공격을 받아왔다. 1991~92년 걸프전 때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때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도 미사일을 날렸다.
 
모든 학교 콘크리트벽으로 요새화
 
로켓 사이렌이 울리자 거리에 엎드린 사람들. [AP=연합뉴스]

로켓 사이렌이 울리자 거리에 엎드린 사람들. [AP=연합뉴스]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민방위 시스템은 ‘트제바아돔(붉은 색깔)’으로 불리는 조기경보 레이다 시스템이 중추를 이룬다. 가자 지구에서 가까운 도시와 마을을 중심으로 이른 시일 안에 주민 대피 경보를 내린다. 가자지구 경계에서 13㎞ 정도 떨어진 인구 5만의 항구도시 아슈켈론에 2005년 처음 설치돼 지금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가동한다. 수시로 주민 훈련도 한다.
 
레이더와 정보 시스템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로켓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이스라엘 당국은 즉시 공영방송과 군부대에 경보를 발령해 스피커로 사이렌을 울리는 것과 동시에 녹음된 여성의 목소리로 ‘트제바아돔’을 4차례 방송한다. 이는 로켓이 추가로 발사될 때마다 반복된다. 사실 조기 경보 시스템의 원래 이름은 ‘샤카르아돔(붉은 새벽)’이었다. 하지만 샤카르라는 이름의 7세 소녀가 항의하면서 이름을 ‘트제바아돔’으로 바꿨다. 안보와 민주주의·인권을 동시에 지키는 모습이다.
 
요새화된 대피소. [AFP=연합뉴스]

요새화된 대피소.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일찌기 51년 민방위법을 제정해 모든 주택과 주거용·산업용 건물에는 의무적으로 방공호를 설치하도록 했다. 여러 가정과 건물이 하나의 방공호를 공유할 수도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91~92년 걸프전 당시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받자 대피시설을 추가했다. 주택과 공용 건물 내부에 ‘미클랏’ 또는 ‘마막’으로 불리는 강화 콘크리트 안전방을 설치해 로켓이나 미사일이 날아오면 ‘피신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에선 개별 주택의 입구나 건물의 아래층에 튼튼한 돌과 콘크리트로 보강해 만든 안전방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주민들이 더욱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시설의 설치뿐 아니라 신속한 대피까지 생각한 것이다.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방공호와 대피시설에 방독면까지 비치한 곳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을 여행할 때 인구밀집 지역에서 콘크리트 시설물을 흔하게 마주친 경험이 있다.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선 어린이 놀이터의 한쪽 구석에 건물이 있어 화장실인가 싶어 가봤더니 지하로 통하는 좁은 계단이 보였다.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지역사회 공용 방공호였다. 어린이부터 대피시킬 수 있도록 놀이터 주변에 많이 설치한다고 했다. 우중충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였는지, 이스라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연한 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예루살렘 지역에서 흔한 흙이나 돌의 색을 따서 ‘예루살렘 황색’으로 불리는 색상이었다. 창이 없는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는 것도 보였다. ‘요새’로 불리는, 조금 큰 대피 시설이었다.
 
텔아비브 거리를 걷는 동안 작은 콘크리트 블록이 자주 눈에 띄었다. 높이 1m, 길이는 3~4m 정도의 구조물이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 매점보다 조금 컸다. 현지에서 ‘공깃돌 유니트(Migunit)’로 부르는 소형 대피시설이다. 박스 모양이나 상자 모양으로 구조물로, 내부에는 소수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 앞에서 엎드려도 로켓이나 파편을 피할 수 있다.
 
도시 주민들, 수시로 공습 대피 훈련
 
반려견을 데리고 방공호로 대피하는 가족들. [AP=연합뉴스]

반려견을 데리고 방공호로 대피하는 가족들. [AP=연합뉴스]

개인 주택 단지 주변에는 콘크리트나 강철로 된 대구경 파이프가 보였다. 건물 공사 뒤 남은 건축 자재가 방치된 거로 보였다.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시작되면 급히 몸을 피할 수 있는 응급 대피 시설이었다. 거리에 있는 보도의 한쪽에는 굵은 돌로 40㎝ 높이의 얕은 축대가 보였다. 로켓이 발사되면 그 앞에 엎드려 피격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었다. 알고 보니 사방이 대피시설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주택지역이나 상업지역 할 것 곳곳에 높다랗게 설치된 철제탑이었다. 미사일이나 로켓 공격에 대비한 사이렌 시설이다. 히브리어로 ‘아자카’로 불리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주민들은 가장 가까운 대피시설로 몸을 숨긴다. 아이들이 최우선 대피 대상이고, 애완동물이 이들과 함께한다. 이스라엘에선 공습 이외에는 57년부터 ‘욤 하쇼아’로 불리는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과 63년 시작된 ‘욤 하지카론’이라는 현충일에만 추모 사이렌을 울린다. 이 경우엔 주민들이 혼동하지 않게 해제 사이렌을 울린다.
 
아이언 돔의 타미르 요격미사일 발사대 근처에 로켓이 떨어진 장면. [AFP=연합뉴스]

아이언 돔의 타미르 요격미사일 발사대 근처에 로켓이 떨어진 장면. [AFP=연합뉴스]

BBC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1년부터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으면서 주민 보호 시설에 투자해왔다. 가자지구에서 가까운 마을과 도시부터 먼저 주민 대피와 보호를 위한 시설을 건설했다. 가자지구 경계선에서 800여m 떨어진 인구 2만8000명의 소도시 스데로트는 도시 기반 시설을 요새화했다. 2008년 가장 먼저 120개에 이르는 버스 정류장에 콘크리트로 울타리를 설치해 요새화했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로켓 피해를 분석한 결과 로켓 자체나 파편으로 인한 사망과 부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 거리라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었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은 1분 이내에 이 도시로 날아오기 때문에 주민들에겐 즉시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피하거나 길바닥에 엎드리는 게 가장 합리적인 생존 방법이다.
 
2009년에는 모든 학교가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요새화했다. 주민들에겐 아이들이 먼저였다. 지붕에는 아치형의 덮개를 올려 보강했다. 튼튼한 강철로 보호되는 안전 어린이 놀이시설도 만들었다. 로켓 공격 중에도 어린이들이 안전한 시설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겁을 먹지 않고 놀이를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피용 콘크리트 터널도 설치하고 외부는 아이들이 섬뜩해 하지 않도록 트랙터의 무한궤도를 그려놓았다. 둥근 콘크리트 터널에 어울리는 그림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 이란·쿠르디스탄·모로코·루마니아 등에서 이주한 유대인 정착민으로 이뤄진 주민의 일부는 이 지역의 안전을 위해서는 하마스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최대 도시 텔아비브로 몰려가 며칠 동안 거리에 텐트를 치고 이를 촉구하는 농성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민주국가 이스라엘에선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스라엘 민방위 시스템은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속해서 진화해왔다. 적이 다양한 전술과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안보 전략과 민방위 시스템도 따라서 혁신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스라엘은 이 당연한 일을 하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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