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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 참여자 간 힘 겨루기 탓 ‘롤러코스터’ 지속될 듯

중앙선데이 2021.05.29 00:02 738호 2면 지면보기

변동성 심한 암호화폐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모니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모니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비트코인 하루 시세 등락 폭이 20%에 육박하는 등 암호화폐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루 새 5000달러 이상 오르내림을 반복하자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급락, 급등을 거듭하면서 암호화폐를 17세기 튤립 버블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튤립 가격은 1637년 주저앉은 뒤 반등하지 못했지만, 암호화폐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투기 심리와 가격 거품이라는 측면에선 일치하는 모습도 있지만, 비트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는 조금씩 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무제한에 가까운 가격 변동은 시장을 지치게 한다.
 

미·중 등 규제 국가들이 주도권
유동성 축소 조짐에 투자자 힘 빠져

결제 수단으로 인정 기업들 증가
힘의 균형 이뤄져야 변동폭 줄어

대체 이 같은 변동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2018년에도 그랬지만 최근의 암호화폐 변동성은 시장 참여자 간 이해관계에서 시작됐다. 암호화폐 시장엔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기관·개인 ▶투자자가 있고, 암호화폐를 발생하고 유통하려는 ▶기업이 있다. 그리고 기업과 투자자가 몰려 있는 물리적 공간인 ▶국가가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편의상 ‘힘’이라고 한다면, 힘이 시장 참여자 어느 한쪽으로 쏠릴 때 암호화폐 가격은 급등하거나 급락한다. 단순하게 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늘었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투자자의 힘이 세지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힘의 균형이 투자자 쪽으로 기울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암화화폐의 가격 급락은 힘의 균형이 상대적으로 ‘국가’ 쪽에 쏠린 영향이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가 자국의 통화와 금융시장을 지키기 위해 암호화폐를 규제·금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가 외화 유출과 돈세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통제하지 못하는 돈의 흐름이 늘어나는 것을 반길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국가의 이 같은 분위기는 암호화폐 추적·통제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둘째는 상대적으로 투자자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에선 처음으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언젠가’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암호화폐 투자자의 실탄이었던 시중 유동성이 차츰 줄어들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다. 그렇다고 힘의 균형이 ‘국가’에 쏠린 채 암호화폐 시장이 이대로 문을 닫을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시장이지만, 암호화폐 특성상 또 다른 시장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금융시장이 안정된 나라는 암호화폐를 규제 대상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인 KPMG는 주기적으로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 100개를 선정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데 최근 몇 년간 이 보고서에는 에스토니아, 바르바도스 군도, 몰타공화국 등 낯선 국가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두 암호화폐 관련 기업을 적극 유치해 자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이용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암호화폐에 포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의 도약을 꿈꾼다.
 
기업의 이해관계도 중요하다.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북미의 주요 투자 기관들이 암호화폐, 암호화폐 관련 기업을 자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시범적이긴 하지만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시스템을 테스트하는 곳도 나온다. 미국의 페이팔이나 국내 PG사 다날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내재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을 거느린 거대 인터넷 기업은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할 태세다. 카카오를 예로 들어보자.
 
카카오는 2018년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를 일본에 설립하고, 암호화폐 클레이(KLAY)를 발행했다. 2019년엔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클립’을 추가했다. 카카오톡 사용자라면 언제든 암호화폐를 이용한 송금, 지급, 결제가 가능해 진 것이다. 클레이가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유통된다면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다. 네이버도 같은 꿈을 꾼다. 주요 나라가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해외 자회사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동안 여러 기업들이 암호화폐의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며 가격의 변화를 이끄는 핵심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런 이유로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든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암호화폐 가격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시장 참여자 간 힘의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물경제에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기타 암호화폐)이 적지 않다는 점이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
 
진도지코인 로고

진도지코인 로고

일부 알트코인은 나름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는 등 내재가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도지코인·진도지코인 등이 투기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암호화폐 시장의 악재가 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시장도 시장 참여자간 힘의 균형이 맞춰지면 주식시장처럼 변동 폭이 줄면서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직 그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다. 암호화폐의 지위와 가치의 정립에는 상당한 시간과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화준 아주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최화준 아주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최화준 아주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HEC파리에서 경영학 석사, 연세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와서 블록체인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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