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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 청춘뮤즈 된 서인국 “극한 감정…왼손 마비 오기도”

중앙일보 2021.05.28 12:00
유하 감독의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이 송유관을 뚫는 천공기술자 핀돌이가 되어 기름을 빼돌리는 한탕 도둑질에 뛰어든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유하 감독의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이 송유관을 뚫는 천공기술자 핀돌이가 되어 기름을 빼돌리는 한탕 도둑질에 뛰어든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드라마는 길게 찍지만 영화는 두시간 안에 이야기가 끝까지 나와서 극한의 감정을 깊게 작업할 수 있죠.”

26일 개봉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주연
땅속 기름 도둑 변신 “소주냄새 나는 역할”
드라마 ‘멸망이…’선 인간 초월한 존재 연기
유하 감독 “악동, 아티스트, 상남자 있죠”

 
유하 감독의 새 범죄영화 ‘파이프라인’(26일 개봉)에서 기름 도둑 ‘핀돌이’가 된 뮤지션 겸 배우 서인국(34)의 말이다. 지난 10일부터 방영 중인 월화극 ‘어느 날 우리집으로 멸망이 들어왔다’(tvN, 이하 ’멸망이‘) 등 드라마는 꾸준히 해왔지만, 영화는 스크린 데뷔작 ’노브레싱‘(2013) 이후 8년 만의 복귀다. 그를 2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초월자 '멸망'부터 소주 냄새 나는 '핀돌이'까지

‘노브레싱’에선 수영 천재 원일이 되어 숨을 참고 헤엄치는 동명 기술에 도전하더니 ‘파이프라인’에선 송유관을 뚫고 수천억 기름을 빼돌리는 한탕 작전에 뛰어들었다. 영화는 26일 개봉해 메가박스‧CGV‧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예매앱에서 7점대(10점 만점) 실관람평을 받으며 이틀간 약 3만 관객에 그쳤지만, 서인국의 온몸 던진 연기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 프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어수룩한 경찰 만식(배유람) 등이 속고 속이며 뒤엉키는 가운데, 업계 1등 천공기술자 핀돌이는 스포츠카를 휘몰다가, 어느새 드릴을 들고 기름때‧땀범벅이 되어 송유관을 뚫는 다채로운 변신을 오간다. 
 
20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유 감독은 “서인국이란 배우가 ‘슈스케’(음악경연 방송 ‘슈퍼스타K’)에도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저는 아주 꽃미남이 아니면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잘 몰랐다”면서 “근데 만나보자마자 매료됐다. 짓궂은 악동, 아티스트, 의젓한 상남자 이미지가 있다. 가능성이 많은 배우여서 (원래 하려던 작품이 무산된 뒤에도) ‘파이프라인’ 시나리오를 다시 디밀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유하 감독님 미팅 잡고 좋아서 뛰어다녔죠" 

유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권상우, ‘비열한 거리’ ‘쌍화점’의 조인성 등 영화에 청춘의 얼굴을 뜨겁게 새겨왔다. 서인국도 출연 이유로 신선한 소재와 함께 유하 감독을 들었다. “처음 유하 감독님 미팅을 한다고 했을 때 좋아서 뛰어다녔다”면서 “첫 번째 보셨을 때부터 그 자리에서 저하고 뭔가 같이 해보고 싶다고, 그 후에도 몇 작품 하고 싶다고 말해주셔서 꿈인 줄 알았다. 저한테 기회를 많이 주셨다”고 감사했다.  
“땅속에 있다 보니까 폐쇄적인 공간이란 점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촬영하는 동안 굉장히 행복했어요.”
 
핀돌이 캐릭터의 매력은.  
“민첩성. 범죄자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이 있고, 예의 없고 못됐지만, 막장 안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정이 생기면서 하는 행동들은 거칠지만, 매력 있었다.”
 
실제 자신과 닮은 점은.  
“사실 많지 않다. 저는 아직 갈고 닦는 중이라 핀돌이의 자신감이 부럽다. 대담하게 판단하고 책임지는 부분은 배우고도 싶다. 실제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혼자 생각을 많이 하고 잔잔하게 멍도 때린다.”(웃음)
새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주연 배우 서인국이 지난 24, 25일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새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주연 배우 서인국이 지난 24, 25일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고통 한계 참는 악바리 연기…왼손 마비도

가장 ‘깊은 감정’에 도전한 장면은.  
“특수한 방법으로 줄을 끊고 도망치려는 장면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을 꾹꾹 참는 악바리를 표현하려 했다. 온몸에 압력을 많이 써서 왼손에 약간 마비가 오기도 했다. 후반부 맨홀 뚜껑을 드는 장면도 더 깊은 분노와 감정을 담기 위해 여러 번 촬영했다. 새로운 내 모습, 감정 표현 방법을 배웠다.”
 
욕망에 관한 영화다. 실제 서인국의 욕망을 말한다면.  
“배우로서 목표는 어떤 작품에 등장할 때 전작이나, 저 자신이 겹쳐지지 않고 오롯이 그 캐릭터로 보이면 좋겠다. 가수로선 제 가사에 담긴 목소리와 멜로디에 많은 분이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인간 서인국은? 단순하게 막 먹어도 살 안 찌고 덜 자도 피곤함 없이 하루하루 지내고 싶다.”(웃음)
 
드라마 ‘멸망이’에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추상적인 존재 ‘멸망’을 연기하고 있다. 땀냄새 나는 캐릭터 핀돌이와 다른 재미라면.  
“핀돌이는 ‘소주’가 어울리는 캐릭터라면 멸망이는 인간이 아닌 초월적 존재다. 예민하고 날렵하게 잘 빠진 몸매를 보여주고 싶어서 닭가슴살 위주로 먹으며 다이어트를 했다. 말투도 (극본의) 임메아리 작가님 특유의 대사가 사실 좀 외우고 표현하기 힘들더라. 최대한 담백하게, 판타지적 설정에 맞게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  
 

드라마 속 귀여운 제 모습 저는 보기 힘들어

유하 감독의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이 송유관을 뚫는 천공기술자 핀돌이가 되어 기름을 빼돌리는 한탕 도둑질에 뛰어든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유하 감독의 범죄영화 '파이프라인'. 배우 서인국이 송유관을 뚫는 천공기술자 핀돌이가 되어 기름을 빼돌리는 한탕 도둑질에 뛰어든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실제 스스로의 캐릭터 취향은.  
“누구는 ‘고교 처세 왕’(2014‧tvN), 누구는 ‘쇼핑왕 루이’(2016‧MBC)처럼 귀여운 게 좋다고 하시는데 저는 보기가 굉장히 힘들다.(웃음) 소주 냄새나는 연기할 때 훨씬 자유롭고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2009년 ‘슈퍼스타K’ 초대 우승자가 되며 가수 데뷔해 2012년 드라마 ‘사랑비’(KBS2)에 출연하며 연기를 겸해온 그다. 현재 ‘멸망이’ 등 출연해온 드라마마다 OST에 참여하며 곡작업도 꾸준히 했다. “음악할 땐 그때그때 흘러나오는 제 느낌을 본능적으로 쓰는데 연기할 땐 정말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껏 살아오며 겪은 사람들, 당장 카페 옆테이블 사람의 태도와 말투를 계속해서 떠올리며 제가 가진 습관을 버무려 캐릭터에 어울릴만한 것을 상상한다”고 차이점을 짚었다. “(시인이기도 한) 유하 감독님이 예전에 시 썼을 때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면서 “요즘은 노래가사가 시적이기보다 현실적인데, 감독님이 말씀하신 시는 본능에 가까웠다. 아픈 게 있으면 본능적으로 표시가 나고, 극적인 슬픔으로 오더라. 그런 얘기들이 재밌었다”고 촬영 당시를 돌이켰다.  
 

가수·배우 데뷔 12년차, 100점 만점에 50점

올해로 데뷔 12년 차. 그간 활동에 대해 스스로 100점 만점에 50점을 매겼다. “더 주기엔 만족이 안 되고 덜 주면 그간 열심히 한 서인국이 서운해할 것 같다”면서다. “배우로서 빠른 시간 내에 감정 소모 않고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길” 바라면서도 “일이 익숙해지고 전문성이 생겨도 초심자의 설렘과 행복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배우로서 대표작은 OCN 드라마 ‘38사기동대’(2016)를 꼽았다. “외국영화나 배우 선배님들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절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할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는데 ‘38사기동대’ (한동화) 감독님이 ‘너네가 할 수 있는 표현에서 더 빼라, 시청자에게 부족해 보일 수 있겠다고 우려될 만큼 많이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막상 해보니까 어려웠지만, 모니터를 보면서 표현이 잘 되더라. 제가 가진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었다”고 돌이키면서다.  
가수로서의 계획도 밝혔다. “음악 작업도 더 활발히 하고 싶어서 개인 음악 작업실을 만들고 친한 작곡가 형과 작업하고 있어요. 가수 데뷔 후 정규앨범을 내지 못했는데 낼 수 있을 때까지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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