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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띄운 만16세 정당가입…"선거운동 결석도 인정해야하나"

중앙일보 2021.05.28 05:00
지난해 4월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시 청소년 성문화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마친 학생유권자들이 투표 확인증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4월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시 청소년 성문화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마친 학생유권자들이 투표 확인증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중앙포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만 16세까지 정당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을 두고 청소년 단체와 교원단체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교육계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지난 25일 국회에 정당 가입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냈다. 현재 정당 가입 연령 기준은 만 18세다. 만 16세는 생일이 지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 해당한다.
 
선관위는 이와 함께 청소년의 정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 16세 이상 청소년이 투·개표 참관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 모의투표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의 의견이 입법에 반영되면 고교생은 폭넓은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단체 "정당활동 연령 제한 폐지하자"

지난해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컨벤션홀 투표소에서 고2 학생이 청소년 투표권 확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진행 중인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컨벤션홀 투표소에서 고2 학생이 청소년 투표권 확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주장해온 청소년 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치이즈(활동명) 활동가는 "현재는 정당에 가입하지도 못하고, 정치적 활동을 못 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제한적이지만 선관위가 청소년의 정치적 자유를 넓히자고 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연령 제한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 성향 청소년단체가 모인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선관위가 정당 활동에 어떻게든 연령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정당을 만들거나 가입하는 데 나이 제한은 필요치 않다"고 밝혔다.
 

"전당대회·선거운동 때문에 결석도 인정해야 하나"

지난 1월 5일 울산시 동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학생들이 앉아있다. 뉴스1

지난 1월 5일 울산시 동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학생들이 앉아있다. 뉴스1

사실상 고교생의 전반적인 정치 활동을 허용하게 되면 학교 현장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관위는 개정 의견을 내면서 학교에서 공개 연설, 홍보물 배부 등 선거운동은 금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당 활동 제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의 정당 활동과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 요구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교권복지본부장은 "정당 가입이 되면 고교생이 당내 선거에 나가거나 투표 권한도 생긴다"며 "학생이 전당대회나 선거운동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않고 체험학습을 허가해달라 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선진국 사례를 들어 청소년 정당 활동을 보장하자고 하지만, 학교의 정치적 중립 요구가 큰 국내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선관위가 학교 내 선거운동은 못 하게 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정당 활동 등을 보장하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인데…학생은 정당활동?

지난해 8월 25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영상수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8월 25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영상수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치 활동을 보장받게 되는 학생과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교사의 간극이 커지는 걸 우려하는 반응도 있다. 현행법상 대학 교원이 아닌 교사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지도를 맡은 교사보다 학생의 정치적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 A(35)씨는 "만약 학생이 선거 기간에 정치 활동을 위해 학교를 빠진다고 하면, 어디까지 협조하는 게 중립인지 모호하다"며 "허용해도, 막아도 시비가 생길 수 있는 학교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가 청소년의 정치 활동 확대를 제안한 시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 선거를 1년 앞두고 갑자기 선관위가 의견을 낸 게 의아하다"며 "투표 연령과 정당 가입 나이를 맞춰온 관행을 고려할 때, 여당이 바라는 만 16세 투표권 부여를 위한 포석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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