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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타이태닉’의 또 다른 진실

중앙일보 2021.05.28 00:37 종합 28면 지면보기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1912년 북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타이태닉호에 8명의 중국인이 타고 있었다. 그중 6명이 살아남았지만 그들은 역사 속에서 잊혀졌다. 이들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6인’이 최근 중국에서 개봉했다.
 
감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아서 존스. 그는 20여 년 전 중국 유학 중 이 얘기를 듣고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타이태닉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중국에서조차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훗날 감독이 된 그는 사라진 6명의 중국인을 찾아 나섰다.
 
다큐멘터리는 생존자 중 한 명인 팡랑(Fang Lang)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1985년 90세의 나이로 미국 위스콘신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들 톰(Tom Fong)은 “아버지는 그것에 대해 나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얘기한다.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나서야 그가 타이태닉의 생존자 중 1명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에게 생환은 오명이자 트라우마였다.
 
1912년 침몰한 타이태닉호 중국인 생존자 아람, 팡랑, 링히(왼쪽부터). [LP Films 캡처]

1912년 침몰한 타이태닉호 중국인 생존자 아람, 팡랑, 링히(왼쪽부터). [LP Films 캡처]

당시 살아남은 6명의 중국인들은 뉴욕에 도착한 즉시 추방당했다. 동양인에 대한 멸시와 경멸이 일상화된 시대였다. 현지 매체 브루클린 데일리 이글은 “이들이 구명정 아래 숨어들어 살아남은 것들(creatures)”이라고 기록했다. 사람 취급은커녕 고귀한 백인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뺏은 범죄자로 취급했다. 또 다른 매체는 “구명정에 탑승하기 위해 여성 복장을 했다”고도 비난했다.
 
109년이 지나 다큐는 처음으로 이같은 기록의 사실 여부를 따지고 든다. 당시 구명정을 재현해 그 아래 아이 1명조차 숨어들 공간이 없음을 보여주고 생존자 증언 기록을 고증해 이들이 여성으로 위장했다는 목격담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반아시아적 인종주의와 편견이 근거없이 만들어 낸 거짓이라고 결론내린다. 그것도 중국이 아닌 영국인의 손에 의해.
 
6인의 생존자는 뉴욕에서 쿠바로 보내졌고 1914년 1차 대전이 벌어지자 영국으로 팔려갔다. 창칩(Chang Chip)은 1914년 치료받지 못한 채 폐렴으로 숨졌고, 아람(Ah Lam)은 홍콩으로 추방됐으며, 링히(Ling Hee)는 인도 캘커타행 증기선을 탔다.
 
이들에게 가해진 멸시와 적대감이 최근 서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인, 동양인에 대한 인종 증오 범죄에 오버랩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반중국 정서는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폭력에 총기 난사까지 수십 건의 증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퐁은 “아버지의 사연을 공개할지 고민했다. 인터뷰에 나선 건 지금도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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