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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젊은 바람’을 계파 싸움으로 망칠 텐가

중앙일보 2021.05.28 00:20 종합 30면 지면보기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당 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당 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6·11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최종 5인이 오늘 가려진다.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소장파가 약진하면서 흥행 면에선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서도 ‘586’ 출신으론 처음으로 정당 대표가 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거기 진짜 이 전 최고위원이 되냐”고 거듭 물었을 정도다.
 

중진들, 소장파 향해 “특정 계파” 비난에
당내 “치졸한 낙인찍기, 2030 배신” 반발

국민의힘으로선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관심이자 기회다. 최근 며칠간의 양상은 그러나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는 슬로건을 내걸고는 과거의 ‘유령’을 불러들이는 구태를 반복했다. 대표적인 게 친이·친박·비박으로 이어져 온 계파 갈등의 재연이다. 10년 만에 집권했던 보수세력을 다시 궤멸 직전으로까지 내몰았던 요인 중 하나가 계파 갈등이었다. 전국 선거에서 4연패(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를 하고 나서야 겨우 잠잠해졌다.
 
당의 중진이란 후보들이 이를 되살려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연이틀 “특정 후보와 가까운 사람이 당 대표가 됐을 경우 야권 통합, 단일 후보를 만들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주호영 의원도 “공공연하게 어떤 사람을 대통령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런 얘길 했으니 시비가 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워 ‘유승민계’라고 공격한 건데, 과거식 정치 문법일 뿐이다.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당 대표를 ‘계보원’이라고 보는 인식도 민주적이지 않다. 오죽하면 당사자가 “존경받지 못할 선배들”이라고 반발하겠는가. “중진들의 치졸한 낙인찍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거대한 사회 현상을 찌질한 계파정치 고춧가루로 오염시키는 건 대선 승리를 염원하는 당원과 지지자, 수십 년 만에 보수정당에 관심을 보이는 2030세대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일”이라는 하태경 의원의 질타가 구구절절이 옳다.
 
급기야 나 전 의원은 친박, 주 의원은 친이의 지원을 받는다는 공방으로까지 나아갔다. “하루 만에 축제가 막장으로 변질됐다”(김은혜 의원)고 개탄할 만하다.
 
국민의힘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열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다. 야권이 제대로 서길 바라는 이들이 여론을 통해 ‘기존의 국민의힘’과 차별성을 갖는 인물들을 계속 응원해 온 데서 기인한다. 그 중심엔 국민의힘을 오랫동안 외면했던, 장차 우리의 미래인 청년층이 있다. 민주당에 강한 반감을 가진 이들에게 국민의힘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수 있다. 그들을 진정한 지지자로 돌려놓기 위해선 국민의힘은 진정 수권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 지름길은 없다. 계파 싸움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 그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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