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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풀겠다는 정부와 금리 올린다는 한은의 엇박자

중앙일보 2021.05.28 00:19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21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배경에 쓰인 캐치 프레이즈와는 달리 국가재정 건전성은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21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배경에 쓰인 캐치 프레이즈와는 달리 국가재정 건전성은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재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어제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재정 투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재정의 역할이 막중한 시점”이라며 “경제 회복에 더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 확대를 해소하고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한 상황이므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나라를 빚더미로 만들 정도로 과도하게 재정을 풀어야 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재정 빚더미인데 내년까지 확장 기조
한은은 인플레 대비해 연내 금리인상

정부는 마치 국민의 세금 부담 능력이 화수분인 것처럼 지출을 늘려 왔다. 2019년(9.5%)과 지난해(9.1%), 올해(8.9%)까지 3년 연속 예산 총지출을 전년보다 9% 내외로 늘려 편성했다. 소득세·재산세·법인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을 급격히 올리고 재원이 부족하자 지난해부터 연간 100조원 안팎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국가채무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철저히 지켜 왔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를 놓고 문 대통령이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밝힌 뒤 재정 건전성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올해 이미 50%에 근접한 국가채무 비율이 2025년에는 61.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국가채무와 재정지출 규모를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준비해 달라”면서도 “2025년부터 적용하라”고 했다. 빚더미를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셈이다.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재정 확장에 나서는 것은 결국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돈 풀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한번 늘어난 국가채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코로나 위기에 일시적으로 늘린 지출 규모가 2026년까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 비율이 높으면 국가 신인도가 흔들린다. 환율이 치솟아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세계경기 회복 흐름과 인플레이션 조짐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시중통화 축소 조치)이 언제든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4%로 올리면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개인·기업은 물론 정부도 부채를 줄여 대비해야 한다는 시그널이다. 빨간불이 켜졌는데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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