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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 사태 후폭풍, 남양유업 결국 팔렸다

중앙일보 2021.05.28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스1]

남양유업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팔렸다. 남양유업은 27일 코스피 시장 공시를 통해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한앤코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 일가의 지분 53.08%를 모두 매각하는 내용이다. 지분 매각 가격은 3107억원으로 공시했다.
 

최대주주 홍원식 일가 지분 전량
사모펀드 한앤코, 3107억에 인수
창업 57년 만에 오너경영 막내려

한앤코

한앤코

홍 전 회장은 지난 4일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남양유업은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1964년 충남 천안에 남양유업을 세운 지 57년 만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7일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 두 명(홍 전 회장의 어머니와 아들)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한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의 아들인 홍진석 전 상무가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빌려 타고 다녔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일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식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논란과 관련해 지난 4일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회장식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앤코는 과거에도 식품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한 사례가 있다.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웅진그룹에서 약 950억원에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한앤코는 인수 5년 만인 2018년 웅진식품의 지분 74%를 대만 식품회사 퉁이그룹에 매각했다. 가격은 2600억원이었다. 한앤코는 지난해 대한항공의 기내식과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약 99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한 뒤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앤코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로 소비자와 거래처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무차입 경영을 내세우며 건실한 재무상태를 자부했다. 2009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갑질 기업’이란 비판을 받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의 불매 운동도 벌였다. 2014년에는 매일유업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최대주주 일가도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홍 전 회장은 2003년 천안공장 관련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았다. 2018년에는 차명주식을 보유한 혐의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 경영진에 치명타가 됐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신종플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 발표자는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상무)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경찰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 공장을 관할하는 세종시에 행정처분도 의뢰했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을 예고한 상황이다.  
 
남양유업 오너지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남양유업 오너지분,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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