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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Z세대는 왜 위챗이 아닌 '이것' 쓸까

중앙일보 2021.05.27 18:30

카톡은 엄마나 선생님과 얘기할 때 써요.

 
한국의 10대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무엇이냐 물으면 둘로 갈린다. '페메(페이스북 메시지)'와 카카오톡.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페메로,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과 소통할 때는 카카오톡을 이들은 주로 이용한다.  
  
실제 통계로도 보였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작년 말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10대의 무려 48%는 '페메(페이스북 메시지)'를 메신저로 사용하고 있다.
 "연령별 요즘 쓰는 메신저 5"(Base:최근 한 달 내 메신저 이용자,n=861)  [자료출처=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령별 요즘 쓰는 메신저 5"(Base:최근 한 달 내 메신저 이용자,n=861) [자료출처=대학내일20대연구소]

  
왜 이들만 다른 것일까. 주변 10대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친구가 접속 중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서", "페이스북을 보다가 바로 친구에게 연락할 수 있어서", "그냥 친구들이 쓰니까"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이들은 대체로 여러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보다 능숙하다. 상황에 맞게, 사람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이 있다.
  

위챗보다는 '큐큐(QQ)'가 더 친숙한 중국 Z세대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국판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위챗(微信, wechat)은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신저로 활용되고 있는 앱이다. 하지만 중국의 Z세대에게는 이 위챗만이 유일한 선택은 아니다.  
  
성별과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Z세대는 다른 세대와 달리 위챗보다 '큐큐(QQ)'를 메신저로 더 선호한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 경영·마케팅 매체 모케팅(Morketing)에서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Z세대 남성의 경우 약 64%가 큐큐를 이용하고 있으며 30퍼센트만이 위챗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출처=텅쉰]

[사진출처=텅쉰]

  
큐큐는 위챗이 나오기 훨씬 전인 1999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1세대' 채팅 프로그램이다. 역시나 위챗을 만든 회사 텅쉰(腾讯, 텐센트)에 의해 만들어진 큐큐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채팅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는 위챗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생활패턴에 가져올 변화를 읽은 텅쉰이 '차세대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것이 위챗이다. 위챗은 출시된 후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생활 밀착형' 서비스들을 출시하면서 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결국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앱으로 등극했다.
  
그렇다면 왜 Z세대만 '굳이' 가장 대중적인 앱인 위챗을 두고 '옛것'인 큐큐(QQ)를 쓰고 있는 것일까.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중국 Z세대가 큐큐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중국 Z세대가 큐큐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확장성' 때문이다.  
  
위챗의 경우,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의 소식만을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다. 내 친구의 친구나, 모르는 사람이 올린 글이나 댓글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내가 올린 글이나 댓글 역시 내 친구들을 제외한 타인들은 볼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을 중시하는 앱의 방침상 위챗은 폐쇄적인 성격을 가진다.
  
반면에 큐큐는 더 개방적이다. 친구의 친구가 올린 소식이나 댓글을 내가 볼 수 있고, 그 밑에 또 대댓글을 달 수 있다. 관계가 더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내 친구가 아니더라도 같은 취향이나 취미를 가진 낯선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개방성과 확장성 때문에 Z세대들은 큐큐를 더 선호한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큐큐가 위챗과 또 다른 점은, 깔끔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의 위챗보다 큐큐는 어른들 눈에 다소 '번잡스러울 만큼' 다양한 기능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번잡스러운 다(多)기능' 때문에 Z세대는 큐큐를 더 선호한다. 예를 들면 '게임'의 경우가 그렇다. 큐큐를 통해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챗이 아닌 큐큐를 계속 쓴다는 응답이 많았다.
  
부모와 어른들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자신과 친구들 간의 '아지트'라는 점도 Z세대들이 QQ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위챗의 펑여우췐(朋友圈, 타임라인)은 활성화가 잘 되어있어서 형제자매나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심심할 때면 이 펑여우췐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Z세대는 보통 이곳에 자신의 소식을 올리지 않는다. 커플 사진이나,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사진이라도 올렸다가는 어른들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들은 본인과 친구들만 볼 수 있는 큐큐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
  
[사진출처=셔터스톡]

[사진출처=셔터스톡]

Z세대들이 선호하는 메신저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같을까?

 
한국의 Z세대가 카카오톡이 아닌 페이스북 메시지를 더 선호하듯이 중국의 Z세대는 위챗보다 큐큐를 더 선호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이들 대부분이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 후 사회에 나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데 익숙한 '페메'나 '큐큐'를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용한다면 앞으로 '주류 메신저 앱'이 바뀌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당장 인터넷 검색만 조금 해도 한국 10대들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선호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카카오톡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아닐지 추측하는 글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온라인 IT 매체들이나 전문가들이 이러한 예상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위챗의 경우 매일 약 11억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접속할 만큼 이용자 풀이 큰 데다, Z세대들이 큐큐를 이용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들도 나이가 들어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어른들이 쓰는 메신저'를 쓰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위챗과 큐큐의 경우와 달리 한국은 '국산 카톡'과 '수입산 페메' 사이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려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세계에서 '구글에 잠식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속할 만큼 한국은 그동안 토종 인터넷 기업들이 버티는 힘이 강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국내 IT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질지는 차세대 이용자들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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