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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표 검수완박’에…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도 반대했다

중앙일보 2021.05.27 18:24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친정부 성향으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조직개편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모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권력과 대기업 관련 반부패·경제 등 6대 범죄 수사를 대부분 맡고 있다.

 
"형사부 직접수사 막아 권력수사 통제 안 된다"

27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6일 오후 대검찰청에 조직개편안에 대해 부서별로 제출한 의견을 취합해 전달했다. 이 의견서에는 조직개편안이 반부패‧강력부를 제외한 기존 형사부서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뺏고 있기 때문에 부패 사건을 인지해도 수사를 할 수 없어 국가 전체의 범죄 대응 역량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막아 권력·부패 수사를 통제하려고 해선 안 된다"라는 비판도 포함됐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과거사위원회 위원) 등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 인물이 거론되는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그 밖에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는 강력부를 반부패부와 통합할 때 민생 피해를 낳는 강력범죄 대처에 빈틈이 생긴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마약과 보이스피싱 등 강력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단순 투약자 등에서부터 쌓인 범죄정보를 토대로 ‘윗선’인 총책까지 검거하는 수사 특성상 ‘검찰 직접수사’와 ‘경찰 송치사건 처리’를 구분하는 방식은 수사 역량을 저해한다는 취지에서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현장의 혼란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개편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검 정책기획과는 지난 26일까지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지방검찰청의 의견을 취합하는 작업 중이다. 취합이 완료되는 대로 법무부에 회신할 방침이라고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표 ‘검수완박’ 완결판…“피해는 서민이”

현재 법무부는 각 지방검찰청 산하 25개 지청이 기업 및 공직 비리 등 6대 중요 범죄를 수사할 경우, 사전에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조직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 조직개편안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13곳 전체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없애면서, 다른 17개 일선 지검은 검찰총장 승인을 받아야만 형사부가 이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현재 서울중앙지검 등 3개 지방검찰청에만 있는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에 몰고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를 겨눈 수사를 막으려 박범계식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한다”는 의심이 파다하다.
 
한 부장검사는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며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막으려다 일반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다단계‧보이스피싱 사건 등에 대한 수사력만 저해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형사부에서 하는 인지 사건 대부분이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인데 이를 경찰 범죄만 지휘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력 낭비이자, 국가 범죄 대응 역량 축소라는 지적에서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정권이 임명한 소수의 ‘사냥개’ 검사들에게만 수사권을 줘서 정권 관련 수사를 막고 정적(政敵)만 물어뜯겠다는 의도”라며 “더욱 의도가 저열한 ‘검수완박’”이라고 쓴소리했다. 이미 검경수사권 조정 등 조직 개편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로 기존의 특수·공안이 무력해진 상황에서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한곳에 몰고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통제권을 행사하면 더 이상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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