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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지도에 "0"뿐···잔여백신 예약, 대체 왜 이런 건가요

중앙일보 2021.05.27 16:49
 
잔여백신 당일예약서비스 캡쳐

잔여백신 당일예약서비스 캡쳐

네이버ㆍ카카오앱의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 당일예약서비스가 시작된 27일 오후 1시. 직장인 정모(40)씨는 직장이 있는 서울 광화문 지역의 잔여백신을 검색했다. 검색 순간 근처 의원에 잔여백신 4개가 있다고 뜨더니 순식간에 0으로 바뀌었다. 이후 서울 전지역으로 넓혀 검색해봐도 잔여백신은 0이었다. 2시간 가량 새로고침 버튼을 반복해 눌렀지만 마찬가지였다. 정씨는 “어차피 백신 접종을 할거라면 먼저 맞자 싶어서 잔여백신을 맞으려 한건데 예약이 쉽지 않은 것 같다”라며 “백신 접종을 해두면 가을쯤엔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집과 회사 주변 의원에 잔여백신 알림 신청을 해뒀다”라고 말했다.  
 
정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오후 1시 부터 네이버, 카카오의 지도 플랫폼을 활용해 잔여백신을 조회하고, 당일 예방접종을 할 수있도록 예약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으로 2주간 시범운영 예정이다. 서비스 시작 초기 접속자가 몰리면서 아예 먹통이 되거나, 조회ㆍ예약 버튼을 누르면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산 오류로 백신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조회·예약이 이뤄져 접종하러 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이 모씨(36·남)는 “잔여백신 예약에 성공해 성남시 분당구의 병원까지 서둘러 갔지만 전산오류였다”고 말했다.
 
AZ백신에 대한 불신, 이상반응 우려 등으로 우선 접종 대상자 예약률은 연령별로 52.7~68.9%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잔여백신 수요는 상당했다. 특히 신혼여행이나 해외연수 등을 앞둔 이들이 잔여백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달부터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해선 직계가족모임 인원제한에서 제외하고, 7월부터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적모임 제한 기준에서 제외되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다녀올 때 자가격리 의무도 면제된다.
 
하지만 이날 오후 내내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잔여백신은 ‘0’으로 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기남 예방접종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카카오가 1시에 개통을 했는데, 접속자가 많아서 서버를 재가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잔여백신이 0인 곳은 아직 위탁의료기관에서 잔여백신을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대부분은 해당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을 종료하기 직전에 많이 등록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병의원의 잔여백신 수가 0 혹은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잔여 백신 조회와 예약이 가능해진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병의원의 잔여백신 수가 0 혹은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AZ백신은 1병에 10명분씩 담겨 있다. 개봉 후 최대 6시간 내에 백신을 사용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접종대상자가 접종 당일 나타나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아 접종하지 않고 남는 백신이 생기기도 한다. 또 최소잔량주사기(LDS)를 쓰면 1병에서 최대 12명분까지 추출 가능해 1~2인분이 그냥 남기도 한다. 당일예약서비스는 이렇게 발생한 잔여백신을 접종 희망자에게빠르게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네 병ㆍ의원(위탁의료기관)이 백신이 남을 때 시스템에 입력해야 하는데 접종이 한창 이뤄지는 낮에는 잔여백신이 등록되기 어렵다. 기존 예약자가 대부분 예정대로 접종에 나서 생각보다 잔여백신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서울 중구의 A의원은 “매 시간 30명 이상 접종 예약돼 있는데다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노쇼’가 없어서 백신이 거의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의 A병원 관계자는 “이미 대기자가 100명을 넘어선 탓에 예약을 마감한 상태”라며 “오늘만 해도 여러 명이 카카오톡 예약을 통해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는 “예약자들이 대부분 취소없이 백신을 접종해왔던 탓에 애당초 잔여백신 물량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ㆍ의원들은 지난달부터 자체적으로 예비명단을 확보해두고 있다. 전화로 예비명단 예약을 받아뒀다가 백신이 남을때마다 연락해 즉시 접종하러 올 수 있는 경우 접종해왔다. 26일 기준 6만4418명이 이런 방식으로 잔여백신을 맞았다. 이날 잔여백신이 생겨도 기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에게 먼저 연락을 돌리다보니 잔여백신 예약서비스에 올라가는 물량이 얼마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동작구의 C의원은 ”100명 넘게 줄을 서있다보니 서비스에 등록할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기존 예비명단 대기자들이 며칠내로 접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2주 시범운영 기간을 마치고 정식 운영에 들어갈 때쯤이면 잔여백신 접종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허정원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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