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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거래처도 못 믿어"…'코로나 무역사기'에 우는 기업들

중앙일보 2021.05.27 15:43
최근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무역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라고스 전경. [사진 한·아프리카재단]

최근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무역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나이지리아 라고스 전경. [사진 한·아프리카재단]

 
변압기를 제조하는 A사는 수년간 거래를 해오면서 신뢰 관계를 쌓은 나이지리아 중개업체 B사로부터 지난달 나이지리아 국영 가스공사 산하기관의 입찰 정보를 입수했다. 그런데 B사는 해당 기관 발신 표시가 있는 입찰 관련 이메일과 함께 입찰 등록비를 자사에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 A사는 입찰의 진위를 알고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라고스 무역관에 의뢰했는데 입찰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라고스 무역관 관계자는 “유사한 선례가 있으니 무역 사기를 유의하라”고 안내했다.
 
A사는 하지만 그동안 교류해 온 것을 믿고 1차로 300만원 상당의 외화를 송금했다. 그런데 며칠 뒤 B사는 입찰 위임을 위해 변호사 선임이 필요하다며 2000만원의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KOTRA 본사는 “여러 명목으로 재차 입금을 요구한다면 전형적인 무역 사기 가능성이 크다”며 추가 송금을 하지 말라고 A사에 강력히 권고했다. 라고스 무역관은 해당 입찰 정보가 조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 사실을 A사에 알렸다. 결국 A사는 2차 송금을 하지 않았고, 경찰 신고와 계좌 지급 중지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현지 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무역 사기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 수년간 인적 신뢰 관계를 쌓은 업체라도 송금 등을 요구할 때 더욱 신중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27일 본지가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이달 중순까지 KOTRA가 무역 사기로 판정한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오랜 기간 거래해온 업체도 믿을 수 없는 가운데 마스크와 관련된 무역 사기 유형이 가장 눈에 띈다.
 
추가 대금을 요구하며 선적을 지연한 네덜란드 업체와 대금 수령 뒤 상품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는 태국 업체가 있었다. 아일랜드의 한 업체는 유명 글로벌 마스크 업체를 사칭해 대금을 받은 뒤 잠적했다. 내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빙자한 입찰 사기도 발생했고, 이메일 해킹을 통한 무역 사기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이메일 송금 사기를 당했을 때 처리 과정. [사진 KOTRA]

이메일 송금 사기를 당했을 때 처리 과정. [사진 KOTRA]

 
이에 따라 KOTRA는 한국 기업의 무역 사기 예방을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다음 달 말까지 무료로 지원한다. 우선 인공지능(AI) 보안 메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무역 사기 의심 메일을 미리 차단해준다. 사람이 구분하기 어려운 이메일 주소 변경과 메일 발신 지역 변경 여부를 확인해준다. 기업당 최대 30개의 이메일 계정에 대해 신청일 기준으로 3개월간 무료다. 기업별 환경에 맞게 제작한 사기·악성 메일을 보낸 뒤 해당 기업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보안 교육을 진행하는 ‘악성 메일 모의 훈련’도 실시한다. 30명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한차례는 무료다.
 
무료는 아니지만 해외 미수채권 회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무역거래에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채권자를 대신해 채권을 회수해주는 서비스다. 무역 거래 후 상대 업체의 연락 두절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해외 업체가 상품을 받은 후 대금 지급을 거절할 목적으로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다. KOTRA 기업 회원이면 접수비와 성공 보수를 할인받을 수 있다.
 
김준규 KOTRA 시장정보팀장은  “일단 무역 사기가 발생하면 자금 회수를 비롯한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KOTRA의 해외 수입업체 연락처 확인 서비스 등 가능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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