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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해진 트로트 오디션…'트롯맨'들은 중년여성 업고 난다

중앙일보 2021.05.27 15:05
'미스트롯 2' 진선미 발표 장면 [자료 TV조선]

'미스트롯 2' 진선미 발표 장면 [자료 TV조선]

 
“‘미스트롯 2’ 우승자요? 누구였더라.”

'미스트롯 2' 양지은, 송가인·임영웅보다 고전
중장년 여성 팬덤 확보한 '트롯맨'만 돋보여
"유사 포맷 범람에 식상. 더 나눌 파이 없다."

대학원생 정지윤(31)씨는 고개를 갸웃하며 우승자 이름을 좀처럼 기억하지 못했다. ‘미스트롯 1’과 ‘미스터트롯’의 우승자인 송가인과 임영웅의 이름은 금방 알아맞혔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트로트 열풍이 한풀 꺾인 것일까. 
TV조선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의 왕관은 최근 2년간 흥행과 화제성의 보증 수표나 다름없었다. '미스 트롯 1'의 송가인과 '미스터 트롯'의 임영웅은 순식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타로 등극했다. 그런데 유독 '미스 트롯 2'의 우승자 양지은은 조용한 편이다. 각종 방송에서 모시기 경쟁을 벌였던 것과 달리 TV조선 외엔 출연 프로그램이 없다.
 
송가인, 임영웅, 양지은, 영탁의 지난 1년간 검색량을 조사한 네이버 트렌드 지수 [자료 네이버 트랜드]

송가인, 임영웅, 양지은, 영탁의 지난 1년간 검색량을 조사한 네이버 트렌드 지수 [자료 네이버 트랜드]

 
실제로 네이버에서의 검색량을 보여주는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 지난 1년간 송가인, 임영웅, 양지은, 그리고 '미스터 트롯'의 준우승자 영탁까지 넣어 온라인에서의 검색량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양지은은 임영웅은 물론 '미스 트롯 1'의 우승자 송가인보다도 최근 언급량이 적게 나왔다. 그만큼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양지은 개인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동안 TV 브라운관을 점령해 ‘채널만 돌리면 트로트가 나온다’던 하소연도 옛말이 됐다. 트로트 열풍에 발맞춰 ‘트롯신이 떴다’(SBS), ‘트롯전국체전’(KBS2), ‘트로트의 민족’(MBC), ‘보이스트롯’(MBN) 등 경쟁적으로 유사 포맷을 쏟아냈던 방송사들도 올해는 잠잠하다.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TV조선에서 진행하는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와 '내딸 하자'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의 경우 첫회 21.5%로 출발한 시청률은 57회(20일 방송) 13.1%로 하락했다. '미스 트롯 2' 수상자들이 출연하는 '내딸 하자'도 첫 회부터 줄곧 한 자릿수 시청률이다. 
 
지난해 8월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열린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이날 콘서트는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TOP7에 진출한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부터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김경민, 신인선, 김수찬, 황윤성, 강태관, 류지광, 나태주, 고재근, 노지훈, 이대원, 김중연, 남승민까지 총 19명이 출연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열린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이날 콘서트는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TOP7에 진출한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부터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은 김경민, 신인선, 김수찬, 황윤성, 강태관, 류지광, 나태주, 고재근, 노지훈, 이대원, 김중연, 남승민까지 총 19명이 출연했다 [뉴스1]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유사 프로그램의 범람과 팬덤 현상 등을 들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러 이유가 겹쳐 있는데, 일단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지면서 대중들로부터 식상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각 프로그램의 우승자에 대한 주목도 역시 분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미스 트롯2'은 초반부터 심사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면서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이 좋아하는 스타의 수가 어느 정도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는 '미스터 트롯' 출신의 '트롯맨'들의 인기가 워낙 굳건하고, 송가인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유지하다 보니 신예들이 가져갈 파이가 없다"며 "이제 나오기 시작한 트로트 신인들로서는 '식상함'과 '부족한 파이'라는 두 개의 악조건에 부딪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미스 트롯'이나 '미스터 트롯'의 초기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어려워진 만큼 트로트 프로그램은 예전 셰프 예능처럼 하나의 유행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가수 송가인 [자료 MBC]

가수 송가인 [자료 MBC]

 
한편에서는 임영웅, 영탁 등 '미스터 트롯' 출연진만 높은 인기를 유지해나간다는 점에서 한국 가요 시장 특유의 여성 팬덤 효과를 언급하기도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 아이돌에게서도 볼 수 있듯 한국은 남성보다 여성들의 팬덤 화력이 훨씬 강력하다"면서 "'미스터 트롯'은 이전엔 없었던 5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의 팬덤을 형성시켰다. 트로트 프로그램의 인기는 떨어져도 이들의 인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송가인, 임영웅, 양지은, 영탁의 지난 한 달간 검색량을 조사한 네이버 트렌드 지수 [자료 네이버 트랜드]

송가인, 임영웅, 양지은, 영탁의 지난 한 달간 검색량을 조사한 네이버 트렌드 지수 [자료 네이버 트랜드]

 
실제로 네이버 트렌드의 최근 한 달간 검색 결과에서도 '미스 트롯'의 우승자들인 송가인, 양지은보다 '미스터 트롯 2'의 준우승자 영탁의 언급량이 많게 나타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에서 여성 가수보다 남자 가수들이 주목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여성 시청층이 많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며 "게다가 '미스터 트롯'은 7명이 한꺼번에 나오다 보니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프로그램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의 인기는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는 역사도 깊고 기반 지지층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거기에다가 송가인, 임영웅이라는 대중 스타까지 탄생한 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과는 별개로 계속 대중문화의 주요 코드로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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