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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부선이 공정합니까" 김포 변호사 분노의 편지 20장

중앙일보 2021.05.27 05:00
이번달 초 출근길 김포도시철도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다. 독자 제공

이번달 초 출근길 김포도시철도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다. 독자 제공

“김부선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공정과 평등에 맞나요?”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민성훈(33) 변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김부선(김포와 부천을 연결하는 GTX-D 노선) 안이 김포·검단 시민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그의 아내(38)는 김포도시철도(김포 골드라인) 운양역에서 출발해 강남 삼성역까지 출퇴근한다. 
 
2량으로 운행하는 김포도시철도는 출퇴근 시간대가 혼잡도가 최대 280%다. 이는 A4용지 반쪽가량의 공간에 사람이 서 있는 정도라고 한다. 아내의 출퇴근길을 지켜보던 그는 지난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A4용지 20장에 가까운 글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께, 김포의 어느 변호사가 드리는 편지’였다.
 

“김부선은 불평등, 불공정한 결정”

민 변호사는 2017년 공정을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언급하며 운을 뗐다. 그는 “최근 김포시민이 촛불 행렬에 나선 건 정부의 ‘김부선(김포와 부천을 연결하는 GTX-D 노선)’ 결정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앞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 등은 김포 한강 중앙공원에서 LED 초와 함께 ‘GTX-D 김포 하남 연결 확정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민 변호사는 “국토부가 GTX-D를 김부선으로 발표한 이유 중 하나가 서울 지하철 2·9호선과 노선 중복이었는데 GTX-A, B, C 노선은 모두 기존 서울 노선과 중복된다”며 “정부 발표는 불평등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또 다른 편 가르기 부른다”

지난달 28일 민성훈 변호사가 올린 GTX-D 관련 게시물은 몇시간 뒤 임시적으로 게시가 중단된 게시물이 됐다. 민 변호사 블로그 캡처

지난달 28일 민성훈 변호사가 올린 GTX-D 관련 게시물은 몇시간 뒤 임시적으로 게시가 중단된 게시물이 됐다. 민 변호사 블로그 캡처

민 변호사는 ‘평등’도 언급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정부를 믿고 김포로 왔는데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김포와 검단만 서울과 직결된 노선이 없다. 2기 신도시 교통망을 확충하지 않았는데 다음 계획을 세우는 정부가 ‘공정과 평등’을 말할 수 있겠느냐”면서다. 선 교통-후 입주로 계획하는 3기 신도시보다 2기 신도시인 김포-검단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검토안도 비판했다. 앞서 국토부는 ‘김부선’ 논란이 일자 GTX-D 노선을 GTX-B 노선과 선로를 공유해 여의도역 또는 용산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 변호사는 “설령 노선을 공유하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인천시민과의 배차시간 문제로 또 다른 편 가르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국토부 검토안은 GTX-B 노선 상업성 문제에 대한 임시방편일 뿐 탁상행정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소명 기회 없이 사라진 게시물

민 변호사는 이처럼 김포 시민의 입장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려 관심을 끈 인물이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다른 게시글이 포털에서 강제로 게시 중단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정부가 GTX-D 노선을 김부선으로 발표한 배경과 대응 등에 관한 글을 올렸다. 그는 “돌아서 버린 민심,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정 여론 등이 김부선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 추정했다. “김포 집값 하락에 관한 기사가 나오는 걸 집권당이 원했을 수 있다”라거나 “GTX-D 강남 직결이 무산될 경우 행정소송을 가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 게시물은 7시간 만에 임시로 게시가 중단됐다. 네이버 측은 누군가 이 게시물을 신고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2의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게시 중단 조치를 했다고 민 변호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민 변호사는 “소명할 기회 없이 신고자만의 주장으로 게시물을 볼 수 없게 됐다”며 “원색적 비난이나 욕설이 없는 공익 글인데도 참여가 막혀버린 말도 안 되는 경우”라고 한숨을 쉬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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