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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작용 많은 직무발명제도, 합리적 대안 모색해야

중앙일보 2021.05.27 00:40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명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강명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회사에 고용된 종업원은 노무를 제공하며, 회사는 그 대가로 월급 및 기타 복지를 제공한다. 이 같은 대가 관계의 맥락에서 종업원의 노무 제공 결과는 통상 회사에 귀속되지만, 그것이 발명인 경우에는 발명진흥법에 의해 다르게 취급된다. 즉, 직무발명의 경우 종업원이 그 특허받을 권리를 원시취득하며, 회사는 무상의 통상 실시권을 갖는다. 다만 회사는 특허받을 권리 등을 승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회사는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현행 제도 탓, 기업 리스크 과중
보상금 산정 등 해법 찾길 기대

보상방식에 대해 발명진흥법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다만 사용자가 직무발명으로 얻을 이익에서 회사와 종업원의 공헌도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는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으로 상당한 보상을 지급하더라도, 추후 종업원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기지급 보상의 합리성을 따지기보다는 직무발명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액이나 이익액을 기준으로 발명자의 기여율을 반영해 보상금을 재산정해 왔다.
 
이는 기업과의 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종업원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안별로 산정되는 보상금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워 보상금 산정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직무발명이라는 성과 도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리스크와 발명을 통한 이익 창출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가 고려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 같은 직무발명 보상금의 고액화 경향과 금액 산정의 예측 불가능성은 기업 혁신 저해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의 국내 연구개발(R&D)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등 국제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문제들은 일본의 직무발명 관련 법 개정에서도 논의됐다. 즉, 이런 문제를 고려해 일본은 2015년 사용자주의적 입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도 2006년과 2013년 기업의 자율적 보상제도 운용 존중 취지의 발명진흥법 개정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안타깝게도 보상금 산정의 예측 불가능성과 기업의 자율성 미존중은 기업 내부의 안정적인 보상 제도의 정착이나 적극적인 R&D 육성을 방해하고 결국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발명진흥법 입법 취지에 반하게 될 우려가 있다. 최근 특허청이 ‘직무발명 제도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보상금 산정 등 직무발명 관련 문제들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고무적이다.
 
향후 합리적인 개선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보상 결정 방식이 과연 종업원 보호에 부합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기업의 리스크가 상존하고 혁신이 저해되는 상황에서 기술의 실제 가치 및 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종업원 보호라는 명분으로 고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종업원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이 법 개정 과정에서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보상(금전적 또는 비금전적)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의 만족감, 프로젝트팀 성과에 공헌 등을 더 중요시했다. 직무발명의 권리 귀속과 보상은 각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되는 의견보다 더 많았다. 이런 점은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종업원 보호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시사점이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창의적인 기술 혁신 시대에 맞지 않는 직무발명 제도는 벗어던져야 한다. 대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기업의 혁신과 종업원의 꾸준한 연구 활동이 보장돼 국가의 기술경쟁력 제고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강명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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