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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부산 솔개

중앙일보 2021.05.27 00:30 종합 28면 지면보기
천인성 사회기획팀장

천인성 사회기획팀장

“하늘을 올려다보니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하늘을 나는 새가 보였다. 흑갈색의 몸, 1m가 넘는 양 날개, 그리고 날개 아래 양쪽의 하얀 무늬, 약간 오목한 꽁지깃을 보고 솔개임을 알 수 있었다. 바다 위를 유유히 나르는 솔개의 멋진 날갯짓을 보니 옛 첫사랑을 만난 듯 반가웠다.”(곽승국·환경과사람들 대표)
 
15년 전,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거닐다 솔개를 목격한 환경운동가가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부산 갈매기’는 알아도 ‘부산 솔개’는 들은 적 없던 터라 인터넷을 한참 뒤져 찾은 글이다. 알고 보니 부산 일대엔 겨울 철새인 솔개가 텃새로 지내고 있다. 인간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종종 맹금류임에도 땅에서 까치, 바다에서 갈매기에게 먹이를 뺏기는 모습이 가십성 기사로 다뤄졌을 따름이다.
 
노트북을 열며 5/27

노트북을 열며 5/27

이런 솔개가 갑자기 소환됐다(그리고 금새 사라졌다). 지난달 신공항 예정지인 가덕도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란 보도가 나왔다. 곧 환경부의 ‘설명자료’가 나왔다. 기사 중 ‘부산·거제가 솔개의 유일한 번식지’란 대목, 가덕도의 법정 보호 대상 조류가 총 16종이란 숫자가 오류라고 했다. 실제로 솔개는 몇 년 전 인천·울산 등에서도 발견됐다. 가덕도의 법정 보호 조류는 솔개를 포함한 멸종위기종 6종에 두견이(천연기념물)를 더해 7종이다. 환경부의 지적이 맞긴 했지만, 솔개와 가덕도의 생태적 가치를 낮추는 듯 비쳤던 건지 “환경부도 가덕도를 뜨는구나”란 뒷말이 나왔다.
 
언론과 정부의 홀대(?)를 논외로 쳐도, 솔개의 삶은 기구하고 안쓰럽다. 전국의 들판과 야산, 때론 서울 변두리에 나타나 하늘을 맴돌던 모습은 추억으로만 남았다. 1960년대 이후 쥐약·농약 사용이 늘면서 먹이사슬이 오염되자 개체 수가 급감했고, 이젠 몇몇 해안가에서만 발견된다. 철새였던 솔개가 부산 토박이가 된 원인을 들쥐·개구리 같은 ‘자연산’ 먹잇감이 줄어 수산물 찌꺼기가 많은 바다에 온 것이라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토요일(5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이었다. 산업화·도시화란 태풍에도 이 땅에서 떠나지 않은 솔개는 멸종 위기에 처한 한국 야생동물 267종의 역사와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솔개뿐 아니다. 가덕도는 “풍요로운 앞바다를 찾아오는 상괭이 떼, 방파제에서 숨바꼭질하는 수달, 연대봉에서 발견된 팔색조와 검독수리 등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섬”(부산환경운동연합)이다. 신공항에 대한 환경 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원칙과 기본에 따라 진행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장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천인성 사회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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