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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73)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중앙일보 2021.05.27 00:16 종합 23면 지면보기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이이 (1537-1584)
제2곡 화암(花巖)
이곡(貳曲)은 어디메오 화암에 춘만(春晩)커다
벽파(碧波)에 꽃을 띄워 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勝地)를 모르니 알게한들 어떠리
- 율곡전서(栗谷全書)


천재도 극복하지 못한 난세(亂世)
 
이이(李珥)가 43세 때 해주 석담(石潭)에 은거하며 지은 10수의 연시조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다. 서시에 이어 관암(冠巖)의 아침을 즐기는 제1곡, 그리고 꽃바위의 늦봄 경치를 읊은 것이 제2곡이다. 푸른 물결에 꽃을 띄워 멀리 들판으로 보내 이 아름다운 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알게 하면 어떻겠는가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조는 주희(朱熹)의 무이도가(武夷櫂歌)를 본떠서 지었다고 하나 율곡의 미의식은 주희와 달랐다. 율곡은 “시는 담백하고 꾸밈이 없어야 한다”는 시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주희의 시가 수채화라면 율곡의 시는 묵화라고 하겠다.
 
이이는 13세에서 29세까지 생원시와 식년문과에 이르기까지 아홉 번 치른 과거에서 모두 장원을 차지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렸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병석에 눕자 매일 외할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홀로 들어가 기도했으며 열한 살 때 아버지가 와병하자 칼로 자신의 팔을 찔러 흐르는 피를 아버지의 입에 넣어드리며 울었다 한다. 통일 일본의 조선 침공 대비를 주장했으며 붕당을 초월해 인재를 등용할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과로로 병을 얻어 48세로 사망하였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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