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C서울 팬이라는 강원도 어린이에 충격받았다”

중앙일보 2021.05.27 00:03
이영표 대표이사의 꿈은 강원도 아이들 마음 속에 강원FC를 심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포즈를 취한 이영표 대표. 김경록 기자

이영표 대표이사의 꿈은 강원도 아이들 마음 속에 강원FC를 심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포즈를 취한 이영표 대표. 김경록 기자

 
프로축구 강원FC는 올 시즌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달 10일 대구FC전 승리(3-0) 이후 8경기째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5무 3패) 한 달 보름 넘도록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울산 현대와 올 시즌 개막전에서 0-5 완패를 당한 이후 이어진 불운과 부상에 한숨짓는 날이 늘어간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최근 8경기 무승 등 극심한 부진
“힘들지만 정공법으로 체질 개선”

 
전문가들은 “윗물(상위권)에서 놀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17경기를 치른 강원의 순위(26일 기준)는 12개 팀 중 9위다. 우승은커녕, 상위 스플릿(1~6위)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강원 구단의 선장, 이영표(44) 강원FC 대표이사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최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내 구단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특유의 미소는 그대로였다. 그는 “당장 힘든 건 사실이지만, 시즌 막바지에는 우리가 원하는 순위(끝내 밝히지는 않았다)에 올라갈 거로 믿는다. 많은 분이 위로하고 격려해주시는데, 그런 공감의 마음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대표는 “강원에 부임한 이후 ‘보여주기 문화’를 뿌리 뽑는 것부터 시작했다. 승점과 순위에 집착해 정체성을 잃은 전술, 생색내기 좋게 겉만 포장하는 마케팅은 철저히 배제했다.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도 필요한 단계를 제대로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승의 늪에서 허우적대지만, 변칙과 묘수 찾기에 골몰하는 대신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미다.
 
팀의 사령탑인 김병수 감독도 같은 생각일까. 이 대표는 “감독의 이해와 협조가 없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도전이다. 다만 성적 부진에 따른 비판의 화살은 지도자가 아니라, 선수단 구성 과정에 앞장선 대표이사가 맞아야 할 부분”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당장보다 3년 뒤 강원FC가 보여줄 모습으로 나와 프런트, 선수단을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선수단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을 한꺼번에 키우는 건 노력 못지않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매년 우승 트로피에 도전하고, 평균 관중 1만5000명을 유지하는 팀으로 강원을 바꿔놓고 싶어 밤잠 설치며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대한축구협회 풋볼팬타지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대표 비전의 초점은 어린이에 맞춰져 있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누구든 강원 엠블럼이 들어간 사진 한장 갖도록 하는 것, 남녀 불문하고 한 번은 강원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즐기는 것이다. 그는 “최근 어린 축구 팬과 대화하다 ‘강원도 출신이지만 FC서울을 응원한다’는 말에 충격받았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것만으로 강원FC 팬이 되지 않는다. 그들 추억의 한 페이지에 ‘강원FC’라는 이름을 담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 서울에 온 이 대표를 사진 촬영차 또 만났다. 인터뷰 이후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특유의 미소 띤 표정으로 “강원의 목표는 성적이 아니라 클래스를 높이는 거다. 당장 겪는 성장통이 아프지만, 더 큰 발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 견딜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춘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