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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0억 넘는 압구정 아파트, 2030 여섯명 대출없이 샀다

중앙일보 2021.05.26 18:13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모습. 뉴스1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모여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거래되는 경우가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실거주 의무 기간 부여,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규제가 오히려 압구정 아파트의 거래량을 늘렸고, 가격을 끌어 올렸다. '규제의 역설'이다. 

50억원 이상 거래 36건 등본 전수조사
갭투자로 4년 만에 20억 차익 거두기도

 
문재인 정부 들어 압구정동 아파트가 50억원 이상에 거래된 것은 36건인데, 이 가운데 61%(22건)가 올해 거래됐다. 20~30대가 대출을 받지 않고 50억원을 조달해 매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실거주하지 않고 임대를 주는 형태의 갭투자로 4년 만에 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경우도 있다. 26일 중앙일보가 50억원 이상 거래 36건의 등기부 등본을 전수 분석해 최근 경향을 확인한 결과다.
 

20~30대가 대출 없이 매수 … 매수인 평균 49세, 매도인 61세

 
압구정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수·매도인 연령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압구정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수·매도인 연령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대출이 막혀 웬만한 '현금 부자'도 50억원이 넘는 돈을 한 번에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 5월 현대 7차 전용 245.2㎡의 주인이 된 30대 초반 A 씨는 아예 대출과 임대차 계약 없이 52억원에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20~30대(1982년 이후 출생자)는 6명으로 조사됐다. 1990년 이후 출생자도 3명이나 된다.
 
최근 압구정동에 관심을 갖는 젊은 재력가가 많아졌다.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매수인 46명(공동명의자 포함)의 나이를 분석해보니 평균 나이는 49.5세이며, 40대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가 15명으로 뒤를 이었고, 60대 이상은 7명에 불과했다. 반면 매도인 47명(법인 제외)의 평균 나이는 61.2세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5%(26명)가 60대 이상이었다. 집주인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압구정 50억원 시대 연 우병우 전 민정수석 부인

 
압구정 아파트 50억원 시대를 연 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씨의 아내다. 우 전 수석의 아내는 2018년 6월 현대 7차 전용 245.2㎡를 52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 가운데 50억원을 넘은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우 전 수석은 같은 단지 내 부부 공동명의의 전용 196.7㎡를 2006년 32억5000만원에 사 올해 2월 54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압구정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수인 주소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압구정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수인 주소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매도인 중에는 가족으로부터 증여 또는 상속받은 아파트를 최근 정리한 사례가 많다. 형제·자매 등과 함께 재산을 물려받아 최근에 지분을 정리한 것이다. 매입 후 실거주하지 않고, 갭투자로 수익을 낸 사례도 13건이다. 이 경우 시세 차익이 모두 20억원을 넘는다. 
 
반도건설 자회사 캐이피디 개발은 현대 7차 전용면적 254.2㎡를 2013년 5월 경매로 33억원에 낙찰받았는데, 8년 만인 지난달 5일 80억원에 팔았다. 세금을 제외한 차익은 47억원.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살고 있는 집의 옆옆집이다. 
 
2016년 5월 28억2000만원에 신현대 11차 전용 183.41㎡를 매수한 뒤 지난해 12월 52억원에 매도한 B씨와 C씨는 갭투자로 4년여 만에 23억8000만원을 벌었다. 갭투자자들은 압구정동 노후 아파트 대신 서초구 반포동, 용산구 한남동 등의 초고가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수인 가운데 대출 규제를 교묘하게 회피해 매입 자금을 조달한 경우도 있었다. 매도인이 근저당권 설정을 하고 잔금 일부를 나중에 받는 약정을 하거나, 대부업체에서 매입 자금의 절반가량을 대출한 사례도 있다. 가족으로 추정되는 제삼자의 담보로 2금융권 대출을 일으켜 매입자금으로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D씨는 지난해 12월 한 법인으로부터 현대2차 전용 198.41㎡ 50억원에 매수했다. 확인 결과 이 아파트를 매도한 법인은 D씨가 운영하는 병원과 주소가 같았다. 매매 계약 후 곧바로 임대를 내준 갭투자 사례도 최소 8건으로 추정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압구정 집값 86.5% 껑충

 
문 정부 출범 이후 압구정 아파트 유형별 상승률 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 정부 출범 이후 압구정 아파트 유형별 상승률 순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압구정동 재건축 시계는 빠르게 돌고 있다. 압구정지구 특별계획구역은 6개로 나뉘는 데 이 중 4개 구역이 조합설립인가를 마쳤다. 나머지 2개 구역도 조합설립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 2년 실거주를 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또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은 뒤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양도 예외 조항이 있지만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 등 조건이 까다롭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압구정 아파트 평균가격 및 거래건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문 정부 출범 이후 압구정 아파트 평균가격 및 거래건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규제 적용 전 거래를 마치려는 매수·매도인이 많아지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2018년 4월 4건까지 줄었던 압구정동 아파트 거래는 지난해 11월 75건, 12월 80건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비수기인 올해 1~4월에도 107건(월평균 27건)이 거래됐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압구정동 아파트의 전용면적 1㎡당 평균 매매가격은 문 정부 출범 초기 1756만원이었는데, 지난달 3258만원으로 86.5% 뛰었다. 지난달 가격을 3.3㎡(평)로 환산하면 1억753만원이다.  
 
그렇다면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은 앞으로 어떻게 추진될까. 압구정동 재건축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27일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었다. 대책이 발효된 이후 압구정동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는 한 건도 없다. 거래는 끊겼지만, 호가는 더 올랐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팔아야 할 사람은 이미 다 팔았다고 보면 된다"며 "남은 집주인들은 앞으로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압구정 아파트는 워낙 입지가 좋고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작다"며 "다만 건축 가이드라인 격인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돼야 하고, 나머지 절차도 많기 때문에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을 전후로 정부와 서울시가 압구정 재건축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서울 전체 재건축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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