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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값 3년만에 최고…절상이냐 절하냐, 진퇴양난 빠진 중국

중앙일보 2021.05.26 17:02
위안화의 몸값이 뛰면서 중국 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위안화 강세를 두자니 수출기업이 울고, 위안화 강세를 막자니 수입기업이 괴로워지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 오름세 속 위안화 강세로 수입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수출품 가격이 비싸지는 탓에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위안화 강세를 노리며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자금이 경제 과열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 중국 정부의 경제 및 통화정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최근 1년간 달러 대비 10%가량 상승하며 3년 만에 최고치다. 중국인민은행은 26일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184위안 내린 달러당 6.4099위안으로 고시했다. 2018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위안화 가치는 중국인민은행의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2% 안에서 움직인다. 이날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6.3955위안에 거래됐다. 
 
시장의 단기 기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6.4위안 선은 위태로운 고지였다. 전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장중 6.3880위안까지 치솟았다.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세계 경기 회복…위안화 강세 전망

위안화의 몸값이 오르는 건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 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지난해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8%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주요 기관은 전망하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안화는 경기 순환적 성격을 가진 통화이기 때문에 세계 경기가 확장 국면일 때 강세 압력을 받는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안화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약세 흐름 속 중국으로 몰려드는 자금도 위안화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5일(현지시간) 9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 간금리 차가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것도 위안화 가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하이 지수가 2%가량 오른 지난 25일 홍콩과 본토의 증시 교차 거래 시스템을 통해 217억 위안(약 3조8000억원)의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승지 삼성선물 수석연구위원은 "위안화 강세는 전반적 약달러 흐름과 중국의 수출 실적 개선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유입, 상대적으로 부족한 유동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제 무역 감소 등으로 인해 중국이 경제 성장의 축을 수출·투자에서 내수로 이동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채택하면서 구매력 향상을 위해 위안화 강세를 어느 정도 용인했던 것도 있다.
 

"원자재 인상 충격 막아야"…추가 절상 주장도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계속 오르며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을 당분간 둘 것인지, 적절한 시점에 조정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뤼진중(呂進中) 중국인민은행상하이총부 조사연구부 주임은 지난 21일 인민은행이 격주로 발행하는 금융 전문 학술지 중국금융 최신호 기고문에서 "중국이 시장 흐름에 맡겨 위안화 평가절상을 추가로 용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위안화 가격 오름세를 마냥 둘 수만은 없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데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늘면서 자산 시장 과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켄 정 미즈호은행 아시아 외환담당 수석전략가는 "해외 자본 유입이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인민은행의 레버리지 안정 노력을 허사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중국 당국이 미세 조정 등을 통해 위안화 가치의 급등을 막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5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4위안에 근접했을 때 국유은행이 달러화를 사들이면서 위안화 강세 흐름을 조절하려 했다고 전했다. 저우하오(周浩)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강세는 수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위안화의 흐름은 강세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시장과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일부 외환 선물옵션 상품의 기준이 달러당 6.4위안으로 설정돼 있어 일단 6.4선이 깨지면 상당수의 선물옵션 상품이 청산돼 단기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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