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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신작 왜 이렇게 없어? 알고보니 개발자도 재택근무중

중앙일보 2021.05.26 05:01 경제 4면 지면보기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를 준비 중이다. 왼쪽 위에부터 시계방향으로 제2의 나라(넷마블), 블레이드 앤 소울2(엔씨소프트), 붉은사막(펄어비스), 배틀그라운드: NEW STATE(크래프톤 펍지). 사진 각사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를 준비 중이다. 왼쪽 위에부터 시계방향으로 제2의 나라(넷마블), 블레이드 앤 소울2(엔씨소프트), 붉은사막(펄어비스), 배틀그라운드: NEW STATE(크래프톤 펍지). 사진 각사

‘신작 게임’ 유무가 희비(喜悲)를 갈랐다. 최근 마무리된 국내 주요 게임사의 1분기 실적 결과를 분석해보니, 지난 1년간 새 게임을 출시한 회사들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신작이 없던 회사는 실적 오름세가 주춤했다. 게임업계 안팎에선 ‘코로나19 이펙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반기 관전 포인트를 분석해봤다.

 

무슨 일이야

국내 주요 게임사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니, 매출 상위 8개 회사 중 6곳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한 회사는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 2곳.
 
· 넥슨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후, 1분기에도 매출(9277억)과 영업이익(4551억)을 모두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 4% 증가. 지난해 선보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신작이 이용자를 계속 끌어모은 덕분이다. 1분기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낸 건 데브시스터즈. 매출 1054억, 영업이익 238억원으로 각각 475%, 4465% 늘었다. 지난 1월 출시한 ‘쿠키런 : 킹덤’이 흥행에 성공하며 상승 로켓을 탔다.
 
·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는 매출·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5125억원(-30%), 영업이익 567억원(-77%), 펄어비스는 매출 1009억원(-24%)에 영업이익 131억원(-72%)이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1분기까지 1년 넘게 이렇다 할 신작이 없었다는 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북미와 유럽에 선보인 '퓨저'가 유일한 신작. 올해는 2분기에야 프로야구 H3(4월), 트릭스터M(5월)을 출시했다. 기존 리니지M과 리니지2M(2019년 11월)만으로 힘에 부친 탓에 상승세가 꺾였다. 게임 '검은사막'으로 2019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펄어비스도 지난해 신작은 없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검은사막 실적이 하향 안정화된 상태에서 신작 '붉은사막'을 준비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게임사 1분기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게임사 1분기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와 다른 관전포인트

게임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불렸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카카오게임즈, 웹젠 등이 사상 최대 실적(매출 기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강화된 비대면 환경에서 신작마다 줄줄이 흥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는데.
 
① “긴 병에 장사 없다더라”
지난해 코로나19는 게임 수요를 키웠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게임 이용자 패널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전과 3월 이후로 나눠 게임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주말동안 게임 이용시간이 1시간 가량 늘어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이다.
문제는 게임을 만들 개발자도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진 점이다. 넥슨은 지난해 2월부터 재택근무를 했다. 현재까지 16개월 중 재택 없이 전면 출근했던 기간은 1주일에 불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다른 게임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지난해 전면 재택근무 등 근무환경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개발 일정과 제작 공정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게임업계 코로나19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신작 출시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주요 게임사 신작 출시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 중앙일보가 1분기 매출 상위 게임사 8곳과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비상장사 2곳(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 10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출시 게임 수는 31개로 전년도(39개) 대비 20% 줄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38개) 중 5월말 현재까지 8개만 출시됐다. 엔씨소프트가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했던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 앤 소울2’(블소2) 출시 일정이 밀린 게 대표적이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장은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6개월째 진행되는 재택근무로 인해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말했다.
‘다작왕’ 넥슨도 올해는 신작이 없다. 2018년 한해에만 11개 게임을 내놨던 회사다. 그러나 올해 출시 예정작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3개 뿐. 개발 기조가 ‘선택과 집중’으로 바뀐 탓도 있지만, 재택근무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지난해 신작 11개를 출시한 넷마블도 올해는 5개로 줄었다.
 
② 날아오는 인건비 청구서
비대면 상황은 사회 전 영역을 디지털로 끌어들였다. 비(非)IT기업에서도 개발자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인재가 자산인 게임사들은 개발자 이직을 막고자 지난 1분기 연봉을 800만~1300만원가량 잇따라 인상했다. 이제 그 청구서를 받아볼 시간. 게임사 10곳의 인건비는 지난해 1분기 5348억원에서 올해 6380억원으로 19.3% 늘었다. 2분기부터는 더 늘어날 전망.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같으면 IT 인프라는 외주로 맡겨 해결하던 회사들도 개발자를 핵심 인재로 보고 직접 채용하고 있어, 게임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요 게임사 연도별 1분기 인건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게임사 연도별 1분기 인건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으로는

올해 출시 신작이 얼마나 성공할지가 관건. 개발이 지체됨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고, 개발자 확보에 돈이 더 들더라도 신작이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  
· 넷마블의 ‘제2의 나라’(6월10일), 엔씨소프트의 ‘블소2’(상반기),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상반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NEW STATE’(이하 하반기),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등 굵직굵직한 대작들이 출시를 준비 중이다.
· 업계에선 ‘쿠키런: 킹덤’으로 수직 상승 중인 데브시스터즈처럼 ‘잠룡’의 부상도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 위메이드(미르4), 넵튠(영원회귀) 등의 가치가 재평가되듯 하반기에도 새롭게 주목받을 게임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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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박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