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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분수대’ 논란…“폭염 대책이다” vs “혈세 낭비다”

중앙일보 2021.05.26 00:03 16면
지난 18일 대구 동구의회에서 제30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구 동구의회]

지난 18일 대구 동구의회에서 제30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구 동구의회]

“분수대 재정비 사업은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폭염 대책의 일환으로, 대구시와 구청에서도 발맞춰 진행해야 할 사업이다.”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
 

무산됐던 안건 한 달 만에 재상정
분수대 정비→폭염 대비 명목 바꿔
“주민 대변하는 의회 대놓고 무시”
2차 본회의에서도 전액 삭감 가결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상공인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를 헤아려야 할 지자체가 시급하지 않은 분수대 재정비에 1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이연미 대구 동구의원)
 
대구 동구청과 동구의회가 이른바 ‘호화 분수대’ 건립을 둘러싸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구청이 분수대 건립 예산을 신청하면 동구의회가 반발하면서 이를 전액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호화 분수대 논란은 지난달 제307회 임시회 회기부터 불거졌다. 동구청이 동구의회 제307회 임시회(4월 13~20일)의 2021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 예비심사 대상으로 ‘구청 앞 열린마당 분수대 정비 및 설치 사업’ 건을 요청하면서다. 분수대 건설 비용은 용역 설계비 7000만원과 공사비 9억3000만원 등 총 10억원이다.  
 
이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구청 앞 마당에 폭 2.5m, 높이 1.6m 규모의 분수대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구청 앞 마당에 설치된 분수대가 조성된 지 2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하고 인도와 너무 가까워 불편 민원이 많아 새로운 분수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동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동구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재정 자립도가 낮은 동구에서 분수대 건립에 10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대구 동구의 올해 재정 자립도는 17.14%로 전국 평균(29%)에 못 미친다. 올해 예산 규모가 7245억원으로 대구 8개 구·군 중 달서구청(8631억원)에 이어 두 번째지만 구청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1197억원에 불과해서다.
 
동구청이 요청한 분수대 조성 사업은 관련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다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부활했지만 본회의에서 결국 삭감된 채 의결됐다. 동구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이견이 있었던 셈이지만 결국 분수대를 짓지 말자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이렇게 추경안 무산으로 일단락되는가 했던 ‘분수대 논란’은 이번 임시회 회기에서 재점화됐다. 동구청이 제307회 임시회에서 무산됐던 분수대 조성 사업 예산을 제308회 임시회에 재상정하면서다.
 
동구청은 폭염대응 경감시설 설치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구청 앞마당 분수대 설치 사업과 ‘반야월삼거리 분수대 설치사업’을 함께 묶어 심의를 요청했다. 반야월삼거리 분수대 설치사업은 100% 대구시 시비로 진행되는 사업이어서 동구청이 구청 앞 마당 분수 조성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사업을 끼워 넣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3일 열린 동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한 구의원은 “주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의회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난 18일 대구 동구의회 제30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분수대 관련 예산은 이번에도 전액 삭감된 채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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