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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명예훼손 무죄는 내 판단, 임성근 개입 몰라" 판사 증언

중앙일보 2021.05.25 19:04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전경.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재판 주심 판사가 “'박근혜 명예훼손은 맞지만 무죄'라는 결론은 내가 작성한 판결문 초고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여부는 몰랐다”고 증언했다.  

'세월호 7시간' 주심 판사 법정 증언

 
25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 심리로 열린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이날 재판부는 임현준 전주지법 판사를 증인으로 불러 2015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1심 판결 과정을 심문했다. 임 판사는 2015년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의 주심판사로 판결문을 작성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일 정윤회씨와 만났다는 의혹이 있다'는 칼럼을 써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검찰은 당시 임종헌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이동근 형사30부 부장판사(재판장) 순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에도 재판 개입과 관련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임현준 판사는 “박근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맞지만, 비방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라는 판결의 결론은 같은해 5월 제가 초고로 작성했던 판결문 취지와 같다”며 “처음 제 생각대로 최종 수정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초창기에 여러 버전이 완성됐고,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가 명예훼손이 된다, 안 된다를 중간에 고치기는 했지만 크게 손을 댄 것이 없다“고도 했다.  
 

"판결문 수정했지만 수긍…임성근 개입 몰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2015년 3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2015년 3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임 판사는 이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공판진행 일지를 정리했고, 판결문 초고와 법정에서 읽을 판결문 구술서를 4~5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임 판사에 따르면 이 부장판사는 처음엔 공인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가, 막판에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어서 무죄라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검찰은 이 부분이 형사수석이었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판사는 “이 부장판사가 시켜서 다 (수정) 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이 제 의사에 반한 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판결문 초고를 조금 조금 수정해 가는 식이었지 쟁점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를 한 건 없었다”고도 했다.  
 
‘피고인(임성근)의 의중이 전달된 것은 전혀 없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임 판사는 “네”라고 답변했다. “이 부장판사가 고치라는 이유에 대해선 전혀 설명이 없었고, 안 받아들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고도 했다.  
 

"'7시간 소문은 허위'에 나도 동의…재판장 판단 훌륭"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부장판사는 그해 3월 30일 4차 공판에서 변호인이 ‘세월호 7시간’을 밝히기 위해 증거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잠시 휴정했다가 “정윤회와 대통령이 당일 만났다는 소문은 의심할 여지없이 허위가 증명됐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 수신자 전화번호에 대한 열람 등사 등 증거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 부분도 임 전 부장판사가 개입해 중간 판결을 내리게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임 판사는 “2015년 2월 말에 형사30부 우배석으로 배정될 당시 이미 기록상으로 정윤회와 박근혜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만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당시에 (재판장이 허위 선언을 한 것이)굉장히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당시 재판 결론이 끝나기 전에 중간에 쟁점에 대해 확정짓고 가는 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례적인 건 맞다”면서도 “저는 변호인이 사건을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싶어서 불필요한 증거신청을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증거신청을 하면 재판부가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다.  
 
앞서 형사30부의 재판장을 맡았던 이 부장판사는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임성근 형사수석의 요청을 배석판사에게 전달하지 않고 논리만 전달했다”며 “임성근의 조언이라고 생각했고, 재판부의 합의를 거쳐 결론을 내린 것”이란 취지로 증언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을 뿐 특정 사건의 재판 결과를 유도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6월 21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유정·이수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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