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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019’도 역사 속으로…14만 2G폰 가입자 어쩌나

중앙일보 2021.05.25 18:42
LG텔레콤 '사랑의 019' 광고. [사진 유튜브 캡쳐]

LG텔레콤 '사랑의 019' 광고. [사진 유튜브 캡쳐]

 
아빠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휴대전화 건너편에서는 아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아빠빠빠빠빠”라며 옹알이를 하는 아기의 목소리도 들린다.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어 그래그래. 아빠야, 아빠”라고 대답한다.
 

가입자 14만 명…보상방안 마련해야 

1990년대 후반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소개하는 TV 광고 중 한 토막이다. 당시 ‘사랑의 019’라는 광고 메시지가 화제였다. 
 
25년 전 이동통신 시대의 막을 열었던 2G 서비스가 다음 달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가 신청한 ‘2G 사업 폐업 승인 신청’ 건을 승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서비스는 2G 주파수 할당 기간이 만료되는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단 ‘이용자 보호조건’이 붙었다. LG유플러스는 전체 가입자의 0.82%에 해당하는 약 14만 명을 위한 보상과 전환 지원안을 이행해야 한다.  
 
2G 종료

2G 종료

 
현재 남아있는 2G 이용자들이 4세대(LTE)나 5세대(5G)로 전환을 바란다면 몇 개의 선택지가 있다. 일단 단말기를 살 때 30만원을 지원받거나, 지정된 무료 단말기 15종 중 1개를 받고 2년간 월 1만원씩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말기 지원을 받지 않고 2년간 이용 요금의 70%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모든 절차는 대리점에 방문하지 않고 전화만으로도 가능하다. 또 65세 이상이거나 장애인일 경우 LG유플러스 직원이 방문해 전환 처리를 도와주기도 한다. 
 

일부 이용자 “‘01X’ 포기 못 해” 소송전 

앞서 KT(2012년)와 SK텔레콤(2020년)도 네트워크 유지 어려움과 운영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KT는 전체 가입자 대비 2G 서비스 가입자 비중이 0.9%, SKT는 1.2%였다. 
 
특히 이용자들의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SKT의 ‘011 번호’ 서비스가 지난해 종료됐을 때는 물리적·법적 반발도 있었다. 이들이 2G를 고집하는 이유는 2G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2G에서만 서비스되는 ‘01X 번호’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는 현재 대법원에 ‘번호이동 청구소송’을 상고한 상태다. 앞선 1·2심에서는 패소했다. 사법부가 전화번호를 유한한 공공자원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동전화 번호는 유한한 국가 자원”이라며 “정부의 번호이동 정책에 대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세종시 어진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동통신사의 2G 서비스 종료로 인한 01X(011, 016, 017, 019) 번호 불가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  회원들은 "기존 사용 중인 01X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지 않고 현재 서비스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뉴스1]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해 세종시 어진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동통신사의 2G 서비스 종료로 인한 01X(011, 016, 017, 019) 번호 불가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 회원들은 "기존 사용 중인 01X 번호를 010으로 통합하지 않고 현재 서비스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뉴스1]

 
그러면 011·016·017 등의 번호가 아예 사라진 걸까. 두 회사는 모두 2G 통신 서비스를 종료한 상태다. 2G를 이용해 통화나 문자를 하는 사용자는 없다. 
 

1·2심 패소, 올해 말 서비스 종료 

다만 이용자 보호를 위해 ‘번호표시 서비스’(수신자에게 변경 전 01X 발신자 전화번호로 표시해 주는 서비스)와 ‘착신 전환’(01X 번호를 변경된 번호로 안내해주는 서비스) 서비스는 제공 중이다. 01X 번호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들은 휴대전화 번호를 매개로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작고한 가족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며 애착을 갖기도 한다. KT는 5만 명, SKT는 13만 명 정도다. 그러나 이 서비스도 영원히 지속하는 건 아니다.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종료해 올해 말까지 관련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2G 서비스가 ‘마지막 보루’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LG유플러스가 2G 종료 계획을 밝힌 지난 1월 16일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네이버 카페 관리자는 공지사항을 통해 “LG유플러스의 2G 종료는 010 통합정책 시행을 위한 과기정통부와 통신사의 부당한 거래”라고 비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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