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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등 학생들은 왜 의대 진학을 기피할까

중앙일보 2021.05.25 18:30

단 한 명도 없었다.

  
매년 중국의 수능인 '가오카오(高考)'가 끝나면, 각 성에서 1등을 한 장원(状元)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이들이 몇 점을 맞았는지, 어디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전공을 택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심지어 어떤 성씨가 많았는지도 집계될 만큼 이들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장원들이 선택한 '전공'은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쏠리는 부분이다. 중국의 가장 똑똑한 학생들이 어떤 전공을 택하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해서다. 문과에서는 상경계열인 경제학과나 경영학과(工商管理, 공상관리)로 진학한 경우가 많아 한국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공계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에서 '1등 학생들의 리그'라 불리는 의대는 중국에선 '0명'의 선택을 받을 만큼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 특성상 공식 통계는 따로 없고 비공식 통계만 존재하지만, 그런데도 이 중에서 의대 진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한국 사정과 크게 다른 점으로 보였다.
 온라인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된 2020년 각 성별 장원 학생들의 정보 [사진출처= 쓰촨쟈오위관차(四川教育观察)]

온라인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된 2020년 각 성별 장원 학생들의 정보 [사진출처= 쓰촨쟈오위관차(四川教育观察)]

  
작년의 경우가 특수 케이스였던 건 아니다. 전통적으로도 중국에서 의대는 '1등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과였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집계된 자료(艾瑞深中国校友会网)를 봐도 10년간 경영학과에 진학한 장원이 236명에 달할 때, 의대를 진학한 장원은 단 12명에 그칠 정도였다. 수학과(18명), 생물과학(18명), 물리학(13명)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2007-2016 중국 장원들이 선택한 전공. [사진출처= 아이루이선 중국교우회(艾瑞深中国校友会网)]

2007-2016 중국 장원들이 선택한 전공. [사진출처= 아이루이선 중국교우회(艾瑞深中国校友会网)]

   

중국 1등 학생들이 의대를 기피하는 이유?

  
그동안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기피했던 건 비교적 '낙후된' 중국 의료 시스템 문제 때문이다. 부족한 의료 인프라와 이로 인한 의료 공백,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와 환자들의 불만, 이로 야기되는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과 의대 기피 현상. 그동안 중국 의료계는 이러한 '악순환'에 시달려 왔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2019년 말 기준 중국의 의사 수는 약 386만명이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약 1.7명(봉황망) 수준이다. OECD 평균 수치는 3.5명이며, 한국의 경우 2.3명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지역 격차'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중국 대형 국립병원들이나 삼갑의원(三甲医院) 같은 비교적 신뢰도 높은 병원들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약 5명(중국신문망)에 달할 만큼 충분한 의사를 보유했지만, 지방 도시의 경우 그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의료의 질도 떨어진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그래서 지방에서 사람들이 큰 병을 얻게 되면 베이징으로 올라와 '믿을만한 선생님'한테 진료를 받고 수술을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진료를 받는 것도, 입원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의료자원의 수요가 몰리는데 공급은 한정적이니 '불법행위'가 판을 치게 된다.  
  
의사를 만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요구한다거나, 의사가 자신이 속한 곳이 아닌 병원으로 가 출장 수술(飞刀)을 하는 등의 경우가 그렇다.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이러한 문제들은 쉽게 단절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다른 무엇이 아닌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 그렇다.
 

들인 노력과 시간 대비 낮은 임금 수준

  
중국의 우수한 인력자원들이 의대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임금'이다.
  
중국 대형 의료계 종사자 커뮤니티인 딩샹위안(丁香园)에서 지난 2018년 약 1만5천명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5%의 의사들이 그들의 수입에 대해 "만족한다", 30.2%가 "보통이다", 그리고 62.2%가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약 60%의 의사들이 "다른 직군으로 이직하고 싶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딩샹위안 설문조사 결과]

[사진출처= 딩샹위안 설문조사 결과]

  
낮은 임금도 문제지만, "수입에 비해 업무 부담이 너무 막중하다"는 것이 이들이 가진 고충이었다. 약 48%의 의사들이 "(수입에 비해) 업무가 과중하다 느낀다"고 답했고, 32.1%가 "심하게 과중하다 느낀다"고 답했다.
  
2018년 한 의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의사들 평균연 수입은 약 6만7천위안(약 1100만원)으로 밝혀졌다. 2019년을 기준으로는 남 의사의 경우 약 7만3천위안, 여의사의 경우 6만2천위안으로 수입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의사들의 평균 연 수입 [사진출처=즈후]

중국 의사들의 평균 연 수입 [사진출처=즈후]

다른 전공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공부하고 수련해야 하는 만큼, 졸업 후 기대되는 수입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의사-환자 갈등(医患矛盾), 중국 의사의 사회적 지위는?

  
몇 년 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도 있었다. 한 환자의 가족이 수술에 실패한 의사를 살해한 사건이 보도되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医患矛盾) 문제가 크게 대두한 것이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사진출처=추위라오스]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쌓인 높은 피로도 때문에 이런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의료 접근성이 좋지 않아 환자는 의사의 얼굴 한 번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접수(挂号)를 해야 하고, 이조차 쉽지 않아 2, 30만원의 비용을 암표상에게 주어가면서 의사를 봐야 하는 데다 이들의 실력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않다. 의사는 의사대로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동기, 환자들의 불신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성숙한 의료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몰고 온 이 사건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단단히 각인됐고, 일련의 비슷한 사건들이 추가로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곧 '의대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원격 진료의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진출처=스줴중궈]

[사진출처=스줴중궈]

  
최근에는 이러한 중국의 고질적인 의료 시스템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격 의료 서비스'가 제안되고 있다. 핑안굿닥터(平安好医生)나 알리건강(阿里健康) 같은 기업들이 기존 시스템상의 '구멍'들을 효과적으로 채워줄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격 의료 시스템이 성숙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지방 의료 소외계층의 낮은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상에서 실력 있는 의사들이 진료를 보게 됨에 따라 기존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을 하기도 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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