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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억 번다” 굴뚝 없는 광산, 中 이더리움 채굴장

중앙일보 2021.05.25 17:54
중국 당국이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신규 발행, 거래 금지를 넘어 채굴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강력한 가상화폐 규제 방안에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30% 가까이 급락하며 3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차이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는 지난 18일부터 가상화폐 채굴장에 대한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을 위한 것으로 관내 가상화폐 광산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기후가 서늘하고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세계 비트코인의 44%가 채굴된다. 이 두 곳이 막히자 광산 소유자들은 속속 다른 지역으로 이전 중이다.  
 
*가상화폐 코인은 발행 주체가 따로 없다. 정해진 수학 연산 문제를 푸는 사람이 획득하게 된다. 이 과정이 마치 광부가 광물을 캐는 것과 같다 하여 ‘채굴(mining)’이라 부르며, 채굴이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곳을 ‘광산(mine)’이라 칭한다.
ⓒ텅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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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에서 ‘광산’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장, 네이멍구와 비슷하게 서늘한 기후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 요금은 대형 광산들이 몰리기 충분하다.
 
광산은 대부분 강을 따라 건설되며 수력발전소와 1㎞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수력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중국에서 1kW당 7마오(한화 약 118원) 하는 공업용 전기세를 3마오(한화 약 50원)에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우펑(刘枫)씨의 광산 역시 중국 민강(岷江)지류를 등지고 200m 남짓 떨어진 강 건너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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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연탄재도, 높은 굴뚝도, 실물 제품도 없다.

 
약 3,000㎡ 정도 되는 이 공장에서는 4000대의 채굴기가 24시간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다. 이곳은 바로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가상 화폐,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곳이다. 현재 시세에 따르면 이 광산은 24시간마다 대략 100만 위안(1억 7600만 원)의 수익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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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의 리우씨는 중국에서 가상 화폐를 최초로 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2013년 개미(蚂蚁 s1) 채굴 기계를 사는데 4000위안(약 70만 원) 이상을 지불했고 자택에서 채굴을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 작동시켰을까, 그는 생애 첫 비트코인을 채굴해 개당 2,000위안 이상에 팔아넘겼다.
 
광둥성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던 리우씨는 해당 사업의 높지 않은 수익에 가상화폐로 눈을 돌렸다. 4년 뒤인 2017년, 고향인 광둥에서 쓰촨성으로 건너가 300만 위안(약 5억 2000만 원)을 들여 광산을 지었다. 광산은 채굴기를 놓을 거대한 공장 건물 하나,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창고 하나, 2층짜리 작은 건물 하나였다. 인부들의 숙식도 이곳에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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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입구에 서면 압도적 기류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3m가 넘는 철제 선반엔 채굴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브랜드별로 그래픽 카드가 거대한 벌집처럼 얽히고설켜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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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가상화폐가 쉴 새 없이 채굴되는 이면에는 24시간 깨어있는 운영 및 유지 관리 요원이 존재한다. 이들은 흔히 ‘광부’라 불린다.
 
광부들은 온종일 이곳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철제 선반을 오르내리며 지저분한 케이블과 전선을 만지고 오작동하는 채굴기가 없는지 살펴본다. 광산 내부는 그야말로 먼지투성이. 평균 4~5대를 돌리면 한 대의 전원 공급장치가 끊어진다. 이들은 하루 동안 잿더미가 되어 갱에서 석탄을 캐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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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대의 채굴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평균 104㏈ 정도다. 전차가 통과하는 선로 육교 밑 소음이 100㏈이다. 이로 인해 광부들은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채굴을 지켜본다.
 
본과 2학년을 마치고 중퇴한 T씨는 광산에서 학력이 가장 높은 사람이다. 최근 고객이 출하한 채굴기 성능 실험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최근 중국이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가상화폐 채굴장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이후 수많은 광산장들은 쓰촨을 찾았기 때문이다.  
 
T씨도 본인만의 채굴기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적금을 깨고 채굴기를 구입했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은 2500위안(43만 원) 정도였는데, 한 달이 넘게 코인 가격이 치솟았고 20일이 넘게 15만 위안을 벌었다. 낮은 가격에 구매한 채굴기도 가격이 상승하며 두 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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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가상 화폐가 미묘하다고 느낀다.
 
“그것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비눗방울과 같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그 안에 비누를 넣는다. 이 물건은 불면 불수록 커져 터지지 않는다. 결국 끝까지 팽창해 대기권처럼 실질적인 존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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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펑의 광산에서 10㎞ 떨어진 곳엔 채굴기가 250대 정도 있는 작은 광산이 있다. 이곳의 관리자는 단 한 사람. L씨다. L씨는 거대 광산과 작은 광산을 하루 두 번 오가며 채굴기 유지 관리를 한다.
 
자동차 판매업자였던 L씨는 시장 침체로 가상화폐로 눈을 돌렸고 이제 6개월 차가 됐다. L씨는 현재 3대의 채굴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한 달에 약 12,000위안(약 200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 그의 꿈은 언젠간 자신만의 광산을 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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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펑과 그의 광부들은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며칠째 광산의 마당에 각 지역 번호판을 단 화물차가 나타났다. 광부들은 기계를 옮기고, 올리고, 테스트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 동네 사람들을 몇 명 고용하기도 한다.  
 
리우펑 광산의 상당수 기계는 거래처로부터 위탁받는 것들이다. 2021년 들어 이더리움 가격이 폭등하면서 개당 4000여 위안에서 2만 5000위안(약 45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의 광기는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였고 고객은 중국에서 전 세계로 확장됐다.
 
리우펑은 우기를 앞두고 채굴기를 비치해 가능한 한 빨리 해시 레이트(가상 화폐를 채굴하기 위한 처리 용량) 전쟁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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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가 되면 한 팀의 광부들이 하나둘씩 공장 밖으로 나온다.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하면 30분 뒤 각자의 침대에 누워 잠에 빠져들 준비를 한다. 공장 건물에서는 여전히 수천 대의 채굴기가 잠들지 않고 가상세계에서 복잡한 연산을 반복하고 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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