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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상팔하'로 퇴출? 시진핑과 동갑 왕이의 '외교 수뇌부 꿈'

중앙일보 2021.05.25 12:02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하는 양제츠 정치국원(오른쪽)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AFP=연합]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하는 양제츠 정치국원(오른쪽)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AFP=연합]

중국 외교 수뇌부 교체가 임박했다고 홍콩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자대회(이하 20대)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왕이(王毅·68)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잔류 여부다. 명보는 “큰일이 없으면 양제츠(楊潔篪·71)는 은퇴하겠지만, 왕이는 승진과 은퇴 모두 가능하다”며 “만일 은퇴하지 않는다면 내년 정치국에 진입해 ‘양제츠 모델’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3년 3월 임기 끝나…후임 쑹타오·러위청 물망
홍콩 명보 “승진해 양제츠 후임 맡을 가능성”
시진핑 집권 후 약해진 68세 은퇴 규정이 관건

‘양제츠 모델’은 중국 외교 특유의 투톱 시스템에서 유래했다. 즉 중국 외교는 공산당의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약칭 외사판)과 국무원(정부) 산하 외교부로 이뤄진 상하 이중 구조로 굴러간다. 외사판 주임은 정치국원 혹은 그보다 낮은 부총리(국무위원)급이 맡았다. 외사판 주임이 중국 권력 서열 톱 25위인 정치국에 진입한 것은 2017년 19대에서 생긴 새로운 관례다. 양제츠를 위한 위인설관(為人設官)이었는지 제도화된 것인지 아닌지는 내년 20대에서 왕이의 진퇴로 밝혀질 전망이다.
 
핵심은 67세는 남고 68세는 은퇴하는 ‘칠상팔하’로 불리는 정치국 인사 관례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9대에서 1950년생으로 67세이던 리위안차오(李源潮), 64세였던 류치바오(劉奇葆)와 장춘셴(張春賢)이 줄줄이 정치국에서 퇴출당했다. 이에 따라 20대에서는 67세가 물러나고 68세가 승진하는 ‘칠하팔상’ 인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진핑(習近平·68)과 동갑인 왕이 국무위원의 정치국 진입 여부는 결국 시 주석의 신임 여부에 달렸다는 의미다.
 
왕이 부장은 2013년 외교부장에 취임했다. 외교부장은 현행 중국 헌법상 국무원 총리와 마찬가지로 10년 두 차례 임기 제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연합뉴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연합뉴스]

차기 중국 외교부장에는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한 쑹타오(宋濤·66) 중련부장이 우선 물망에 오른다. 쑹 부장은 경력과 과거 푸젠(福建)성에서 함께 근무한 시 주석과의 인연을 고려할 때 국무위원을 겸임할 수 있다. 만일 왕이가 완전히 은퇴하면 신임 외사판 주임이 정치국에 진입하기 힘들다. 쑹타오가 외교부장을 이어받을 경우 국무위원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외사판공실 주임과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투톱 시스템인 ‘다이빙궈(戴秉國·80) 모델’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다이빙궈는 양제츠 직전 외사판 주임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국무위원을 겸직했다.
 
신임 외교부장에는 쑹타오 외에 러위청(樂玉成·58) 현 외교부 상무부부장(차관)이 승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위청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중국 외교부]

러위청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중국 외교부]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중련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한 류제이(劉結一·64) 현 대만판공실 주임도 물망에 오른다.
류제이 현 대만판공실 주임 [중앙포토]

류제이 현 대만판공실 주임 [중앙포토]

역시 외교부 대변인과 부장조리를 역임한 류젠차오(劉建超·57) 외사판공실 부주임도 차기 외교부장 승진설이 나오지만, 이들 세 명 모두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을 겸직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류젠차오 외사판 부주임 [중앙포토]

류젠차오 외사판 부주임 [중앙포토]

 

양제츠 러시아 순방 날짜의 숨은 코드…미국 겨냥한 중·러 전략소통 강화

한편, 24일 양제츠 외사판 주임이 러시아·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아이슬란드에서 첫 회담을 가진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을 놓고 미국을 겨냥한 중·러 간 전략소통 강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2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광시자치구 구이린에서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지난 3월 2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광시자치구 구이린에서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이미 중·러는 지난 3월 18일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직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중국 구이린(桂林)을 방문해 왕이 부장과 만났다. 이번 양제츠 러시아 방문은 그 후속편이다. 양제츠의 카운터파트는 러시아 연방 안보회의 비서로 러시아판 NSC 책임자다. 양 위원이 현재 중국 국가안보 부문에서 맡은 역할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번 양제츠 순방은 지난해 코로나19 발발 이후 9번째로 모두 22개 나라를 방문했다. 71세 나이를 고려하면 작지 않은 업무 강도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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