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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 장애 인정못해 17년 걸렸다…무대 울린 민요자매 가족

중앙일보 2021.05.25 06:00
 
한데 어우러진 가족, '어울더울' 그렇게 '가족 꽃'이 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데 어우러진 가족, '어울더울' 그렇게 '가족 꽃'이 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태아가 목에 탯줄을 감은 것 같아 바로 응급수술을 해야겠네요.”

2000년 11월 가장 축복받아야 할 첫 출산일,
청천벽력같은 의사 선생님의 얘기에 공포와 불안감을 안은 채
결국 수술했습니다.  
 
“심장에 잡음이 들려 검사를 해야 합니다.”
이번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대학병원에 달려가 정밀검사를 했습니다.
선천성 대동맥협착이라는 생소한 병명은  
어린 딸아이에게 심장 수술이라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두 돌이 되어도 걷지 못해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2만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윌리엄스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입니다.
성인이 되어도 평생 낮은 지능으로 살아야겠군요.”
 
의사 선생님의 청천벽력같은 진단은  
내 생에 가장 춥고 무서운 가을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적장애를 갖고 더디게 성장하는 딸아이에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세상 밖 생활은 늘 두렵고 죄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딸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내려놓지 못해  
장애 등급을 받는 데만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큰딸 지원이는 장애인이 된 겁니다. 
 
딸아이를 장애인으로 만들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참으로 많은 눈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요?  
국악을 배우고 익힌 지 10년째 되던 해,  
장애인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하여 수많은 상을 받으며
지원이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장애 인식개선과
재능기부공연을 400회 이상 한 결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게 인정받아  
2020년 ‘올해의 장애인상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던 날,  
그동안의 서러움과 아픔을 
한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우리에겐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지원이가 이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동생 송연이의 역할도 컸습니다.
어려서 장애 언니 때문에 
놀림도 받고 상처도 받았지만,  
언니를 챙기고 돌보다 보니 
일찍 철이 들어버린 송연이입니다. 
 
언니와 8살 차이가 나지만,  
장애 언니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노래를 통해 
민요 자매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민요 영재로 알려진 송연이는
최근 KBS트롯전국체전에서
언니와 함께 한 무대에서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이제는 희망의 전도사인 장애를 가진 언니와  
어느새 훌쩍 커버린 비장애 동생의 아름다운 동행에 
큰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지금의 행복이 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절망의 날을 지나 오늘에 이른  
우리 가족의 인생 사진을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지원, 이송연의 엄마 곽진숙, 아빠 이영식 올림
 

 
 
아빠가 엄마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지원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지원은 송연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서로 의자가 되었습니다. 김경록 기자

아빠가 엄마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엄마는 지원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지원은 송연의 의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서로 의자가 되었습니다. 김경록 기자

 

사연을 처음 받았을 때 TV의 한 장면이 스쳤습니다.

동생 송연이 무대에서 홀로 
‘홀로아리랑’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언니 지원이 배경 영상으로 나타나  
‘홀로아리랑’을 함께 불렀습니다.
 
그렇게 동생은 끌고 언니는 밀며 
하나 된 ‘홀로아리랑’은  
홀로가 아니었습니다.
딱 한번 보고선 
오래 각인된 자매의 가족 사연이었던 겁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온 가족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은 채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매무새를 챙기며,
서로가 서로의 화장을 살핍니다.
그렇게 어울린 가족, 
'어울더울'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강강술래 장면처럼 찍기로 작정했습니다.
 
스튜디오 천정으로 올라가 
한데 어울린 그들을 내려다봤습니다.
그 장면, 마치 꽃 핀 듯했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가족 꽃’이었습니다.
 
 권혁재·김경록 기자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사연을 4월에 이어서  
 5월에도 받습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가족,    
 오랜 우정을 쌓은 친구,      
 늘 동고동락하는 동료,      
 오래 간직하고픈 연인 등      
 
 기억하고 싶은 사연을      
 꼭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은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모시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곳이 특별한 곳이면      
 중앙일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와
 포토팀 사진기자들이 어디든 갑니다.      
 
 기록한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3차 마감: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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