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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된 전주 모텔 20대…알루미늄 배트로 죽도록 맞았다

중앙일보 2021.05.25 05:00
지난달 1일 전주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이 남성의 친구인 조폭이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트렁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꺼내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화면. 사진 전주지검

지난달 1일 전주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이 남성의 친구인 조폭이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트렁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꺼내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화면. 사진 전주지검

검찰 "알루미늄 배트로 엉덩이 때려"

 
 

전주지검, 강도치사죄 등 4명 기소
"그만 때려" 문자 삭제한 여성 추가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조폭 등 지인 3명이 전북 전주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로 여성 1명을 추가로 입건해 모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폭행 당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임일수)는 24일 "주범 A씨(27)를 지난달 28일 강도치사·공동감금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지난 21일엔 같은 혐의로 폭력조직원 B씨(26)를 구속기소했다.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인 공범 C씨(27)는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10시간 넘게 때려…외상성 쇼크사"

검찰은 사건 당일 범행 상황을 전해 듣고 조폭 B씨에게 '○○(피해자)를 그만 때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조폭의 지시로 문자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D씨(25·여)도 불구속기소했다. 이와 관련 조폭 B씨는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피해자가 A씨에게 투자받은 35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11시40분까지 10시간 넘게 전주 효자동 한 모텔 객실에 피해자를 가둔 채 주먹과 발, 둔기 등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자정 무렵 모텔 안팎에서 A씨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숨진 피해자의 머리와 허벅지 등에서는 피멍과 찢긴 상처 등이 발견됐다.
 
이들 4명은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 살며 '형' '동생' 하던 사이였다. 앞서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시 A씨 혼자 때렸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폭이 알루미늄 배트를 가지고 피해자가 있는 객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화면. 사진 전주지검

조폭이 알루미늄 배트를 가지고 피해자가 있는 객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화면. 사진 전주지검

"투자금 3500만원 딴 데 썼다"며 폭행

사건 당일 A씨는 조폭 등 2명에게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감시하고 위협해 투자금을 돌려받을 것을 지시했다. 조폭 등은 A씨 지시에 따라 욕설과 함께 피해자를 때려 2500만원을 돌려받았다. 
 
조사 결과 사건 당일 오후 6시쯤 모텔에 합류한 A씨는 조폭이 가져온 알루미늄 배트를 이용해 피해자의 엉덩이 등을 마구 때려 추가로 60만원을 받아냈다. 검찰은 당시 조폭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꺼내 피해자가 있는 객실로 가져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11시40분까지 피해자를 폭행하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한 뒤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119구급대 도착 당시 피해자는 숨진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외상성 쇼크사였다.
 
강도치사죄로 구속기소된 조폭(26)이 지난해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친구에게 보낸 편지. 친구인 남성은 지난달 1일 전북 전주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조폭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강도치사죄로 구속기소된 조폭(26)이 지난해 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친구에게 보낸 편지. 친구인 남성은 지난달 1일 전북 전주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조폭 등 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진 피해자 법률대리인

 

조폭 등은 "때린 적 없다" 혐의 부인

A씨 등은 여전히 "A씨 혼자 폭행했고, 조폭 등 나머지 2명은 피해자를 때린 적이 없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범행 당시 조폭과 영상 통화를 한 여성 D씨가 조폭에게 보낸 '그만 때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조폭 등 나머지 2명도 폭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봤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광범위한 관련자 조사와 모텔 CCTV 분석 등 보완수사를 통해 폭행에 알루미늄 배트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는 등 범행 동기와 공모 관계를 철저히 규명했다"며 "법리 검토를 거쳐 특수폭행치사 혐의 등으로 송치된 사건을 강도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강도치사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특수폭행치사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살인보다 돈 빼앗고 겁 주는 게 목적"

피해자 유족 측은 'A씨 등 3명을 강도살인 혐의로 엄벌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고의로 살인하려 한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죽이면 돈을 못 받는 상황이었다"며 "이들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과 금전 거래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돈을 빼앗고 배신을 못하게 겁을 주려는 목적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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