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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0선 중진' 이준석 신드롬…검색량은 윤석열의 2배

중앙일보 2021.05.25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1970년 9월 이듬해 대선에 나설 후보를 뽑았던 신민당 전당대회. 당시 김영삼(43)·김대중(46)·이철승(48) 후보는 이른바 ‘40대 기수론’을 주창했다. 당내 원로들은 이들을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냄새가 난다)’라고 깎아내렸지만 결국 당원들의 선택은 김대중이었다.

SNS 활용해 젊은세대 대변자 자처
기성정치인 피하던 젠더이슈 꺼내

정치 10년차…“나이는 젊지만 노회”
“대선 이끌기엔 경험 부족” 비판도

오세훈, SNS에 “유쾌한 반란 꿈꿔”
나경원 “만만한 대표 원하나” 비판


 
당시 한국인 평균 수명은 62.3년으로 현재 평균 수명 83.3년(통계청, 2019년 기준)에 비해 21년 정도 짧았다. 이를 토대로 당시 신민당 대선 후보의 나이를 요즘 나이로 계산하면 61세 정도가 된다.

 
51년이 흐른 지금 제1야당 국민의힘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표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다. 그는 올해 36세다. 61세도 구상유취 소리를 들었던 정치권의 전통에 비춰 보면 분명 어린 나이다.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황교안 전 대표는 각각 63세와 62세 때 뽑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이 전 최고위원에 비해 한 살 많다.

 

홍준표·황교안, 각각 63·62세 때 자유한국당 대표 

 
처음 그의 출마설이 돌 때만 해도 당내에선 “저러다 말겠지”란 반응이 많았다.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이남자(20대 남자)’의 지지를 받자 소위 ‘어그로(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끌려고 출마한다는 시선이었다.
 
 포털업체 네이버는 검색 빈도를 비교해주는 ‘네이버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김웅 의원, 그리고 야권 대선 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검색 빈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그래프. 최근 일주일만 놓고 보면 ‘이준석’ 검색 빈도가 ‘윤석열’ 검색 빈도보다 높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포털업체 네이버는 검색 빈도를 비교해주는 ‘네이버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김웅 의원, 그리고 야권 대선 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검색 빈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그래프. 최근 일주일만 놓고 보면 ‘이준석’ 검색 빈도가 ‘윤석열’ 검색 빈도보다 높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인기투표’의 성격이 가미된 여론조사 지지율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른바 ‘이준석 바람’이 불고 있다. 중앙일보가 ‘네이버 트렌드’와 ‘구글 트렌드’를 활용해 검색 빈도를 살펴본 결과 검색어 ‘이준석’은 전당대회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김웅 의원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중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해서도 검색 빈도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주일 정도만 놓고 보면 검색어 ‘이준석’이 검색어 ‘윤석열’의 두 배에 달했다.

 

이공계 영재답게 SNS 능수능란…진중권과 ‘젠더 이슈’ 배틀 

 
이처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온라인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건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이공계 영재답게 각종 소셜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왔다. 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온라인 배틀’에서 보듯이 여느 정치인이면 피했을 젠더 이슈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가 주최한 토크 콘서트의 강연자로 나서 여성 징병제 등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일찍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한 그는 ‘코인으로 얼마나 벌었냐’는 질문에 “선거를 몇 번 치를 정도로 벌었다”고 답하며 코인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그에 직접 물었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많은 비결이 뭔가.
“SNS 화법이 젊은 세대와 닿아 있고, 기성 정치인이 말하지 않던 금기를 건드리니까 그렇게 표출되는 것 같다. 내가 그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주고 있는 것 같다.
 
진짜 대표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애초에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서 출마했다.
 
2030 남성에게는 거의 대통령급이지만 여성에게는 다르지 않나.
“그건 호사가가 만든 프레임이다. 20대 여성은 이미 내가 하는 얘기가 여성 혐오가 아닌 걸 잘 안다. 이준석이 하는 말 중에 여성 혐오가 없다. 그런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나경원·주호영 저격하자 맞불…‘이준석 말발’ 화제

 
이처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쟁 후보들이 돌아가며 그를 저격하고 있다. 그 때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지 않고 맞불을 놓았고, 온라인에선 ‘이준석 말발’로 화제가 되고 있다.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된다”(주호영 의원)

“동네 뒷산만 5선 오르내리신 분”(이준석 전 최고위원)

 
“이준석은 스포츠카, 나는 화물차”(나경원 전 의원)

“내 차는 전기차. 짐 대신 사람 싣는 정치할 것”(이준석 전 최고위원)

 
당내에서 사실상 그를 공개 지지하는 인사도 생겨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밤 페이스북에 “이제 우리 당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중도층과 20~30대 젊은이들은 누가 대표가 되었을 때 계속 마음을 줄까요”라고 적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보다는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의원 등 초선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었다. 이에 나 전 의원이 “좀 쉬운 당 대표, 편하고 만만한 당 대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시정이 바쁜데 전당대회에 너무 관심이 많으시다”고 오 시장을 비판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24일엔 원희룡 제주지사도 페이스북에 “젊은 후보들의 돌풍은 당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쓰기도 했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 때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의 모습. 중앙포토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 때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의 모습. 중앙포토

 
물론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내 의구심도 여전하다. ‘0선 중진’이란 별명처럼 “나이는 젊지만 노회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그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박근혜 키즈’라는 별명을 가졌던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나를 이 판에 끌어들인 그 분 때문이다…. 그 분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 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의 행적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비난하기 바빴다”며 “그런 그가  ‘항상 감사’하고 ‘굉장히 고맙게 생각’했다니…. 비난하고 탈당하는 것이 이준석식 감사의 표현이었냐”고 꼬집었다.
 

‘경험 부족’ 당내 우려도…‘역선택 방지’ 논란

 
“예기치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거칠고 험한 대선 국면을 안정적으로 이끌기엔 역부족”이란 경쟁 진영의 공세와 당 내의 우려를 어떻게 뛰어넘느냐는 그의 숙제다. 또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대표를 뽑는 만큼 실제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다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경쟁 후보자 측 관계자는 “실제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 중 상당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며 “이 전 최고위원이 당심까지 돌풍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를 둘러싼 ‘전당대회 룰’ 논란도 있다. 여론조사 경선 때 여권 지지자의 역선택 방지를 위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 한정해 조사를 할지를 놓고 입장이 나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입시 제도를 아무리 많이 바꿔도 결국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합격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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