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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외통·정무위장 줄 수 있다고? 우리가 구걸하고 있나"

중앙일보 2021.05.25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우리가 뭐, 구걸합니까. 도둑질해간 걸 내놓으라고 거듭거듭 말하는 겁니다. 반박할 가치조차 없어요. 구걸하고 있습니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정치권의 신사(紳士)'로 꼽힌다. 목소리를 키우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좀처럼 드물다. 그런 그와 24일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는데, 헛헛한 웃음을 띠며 차갑게 얘기한 순간이 이때 딱 한 번이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법사위원장은 못 줘도, 외통위ㆍ정무위원장은 줄 수 있다”고 말한 걸 언급하면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인터뷰
“도둑질한 법사위원장 내놓으란 것”
윤석열·최재형·김동연 언급하며
“외부 대선주자보다 당 후보 키울 것”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나도 대학 때 신군부에 저항하는 거리 투쟁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다. 민주화는 몇몇 사람이 감옥 가서 이뤄낸 게 아니다. 특정 세력이 독점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나도 대학 때 신군부에 저항하는 거리 투쟁에 참여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다. 민주화는 몇몇 사람이 감옥 가서 이뤄낸 게 아니다. 특정 세력이 독점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30일 취임해, 한 달 가까이 대표 권한대행과 원내대표 두 가지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바쁜 것도 바쁜 거지만, 오만과 불신을 전혀 시정할 생각이 없는 절벽 같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인가.
“그래도 협상하는 사이다. 상대를 평가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덕담할 건 있나.
“덕담할 만큼은 아니다.”
 
현재 여야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의힘이 쟁점 없는 민생법안 처리까지 어깃장을 놓진 않는다. 21일에도 가사 도우미에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등의 민생법안 98개를 함께 처리했다. 툭하면 단식이나 ‘전면 보이콧’에 나섰던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대여 투쟁 양상이 과거와 다른데.
“민생 투쟁으로 간다. 여당을 이기는 게 아니라 민심을 얻는 게 목표다. 싸울 때는 또 세게 싸울 거다. 합리적이면 비투쟁적이다? 그런 산식은 틀렸다.”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K백신’에 대해 비판적인데, 한ㆍ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봤나.
“군 장병에 대한 백신 지원 외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야당이)불신으로 일관하기에 백신은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노 마스크로 정상회담했으니 일본과 다르다’고 말했는데, 정작 마스크를 못 벗는 우리 국민은 얼마나 속 터지겠나. 그걸 책임지라는 건데 노마스크로 회담한 걸 자랑하나.”
청와대가 방미 성과 설명 차원에서 오찬을 제안했는데 응할 생각인가.
“대통령과 밥만 먹는 자리라면 갈 필요가 없다. 다만 코로나 백신 등 민생 관련 문제가 이슈인 만큼, 대통령이 미국과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고 실질적인 방미 성과가 무엇인지 들어보고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청와대의 오찬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두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견해는 뭔가.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걸 전제로,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를 써나갈 건가.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국격에 맞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경우 경제 상황과 국민적 여론을 살펴서 전향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 본다.”
 
김기현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취임 한 달여 만에 광주를 두 번 찾았다. 이달 7일 처음 광주를 방문했는데, 그는 "상처에 대한 치유도 필요하지만,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가시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은 18일 두 번째 광주 방문 당시 유가족의 손을 잡고 위로라는 모습.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취임 한 달여 만에 광주를 두 번 찾았다. 이달 7일 처음 광주를 방문했는데, 그는 "상처에 대한 치유도 필요하지만,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가시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은 18일 두 번째 광주 방문 당시 유가족의 손을 잡고 위로라는 모습. 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당 대표를 뽑는 6월 11일 전당대회 전까지 국민의힘을 오롯이 대표한다. 그런 그가 지난 21일 당 공식 회의에서 “대선 잠룡들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이름을 거론했다. 당 밖 주자를 공식 언급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가두리 전략’이라는 등의 해석이 분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타이밍에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타이밍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당 밖의 분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면서 ‘원심력이 작용해 (우리 당)지지세가 떨어져 나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이들도 야권의 주자라고)가르마를 타자(구분을 해 두자)는 차원이었다. 지금은 당 주요 인력과 자원이 전당대회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 선출 후, 당 내부의 저평가 우량주들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다. 우리 당 후보 무시하고 외부 인사 키운다? 말도 안 된다.”
내부 주자가 안 뜨는 게 국민의힘이라는 플랫폼의 매력이 없기 때문은 아닌가.
“여당(이 만들어낸)프레임이다. 지지도를 봐라. 호락호락한 정당 아니다. 단적인 예가 서울시장 선거다. 이름을 거론해서 죄송한데, 누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될 거라 생각했나. 한 물도 아니고 두 물 갔다고,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나도 못 이기면서’라고 놀릴 정도였지 않나. 그런데 18%포인트 차로 이겼다. 역사와 정통성이 있는 당의 힘이다.”
그런데 왜 전당대회 주자들은 하나같이 ‘윤석열을 영입하겠다’고들 하는 건가.
“선거 때는 좀 필요하다.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본다. (웃음)” 
출마 열풍이라 할 만큼 전당대회 주자가 많다.
“당의 역동성이 그만큼 커진 거다. 당이 살아 숨 쉰다는 차원에서 숨 막히는 민주당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 장외의 훈수도 많은데.
“바둑이나 장기 둘 때도 훈수 두는 사람이 있어야 재밌지 않나. 엉뚱한 훈수만 안 두면 된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2018년 지방선거 전후로 그를 겨냥해 진행된 하명수사 논란에 관해 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말하기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 커다란 몸통이 있기 때문에, 현 시스템에서는 못 밝혀낼 거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수사해야 할 부분”이라고만 말했다. 차기 대선의 승부를 가를 '시대정신'에 대해선 “고상한 용어로는 '상식의 회복', 조금 직설적으로는 ‘내로남불을 끝장내자’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ㆍ김기정 기자, 김보담 대학생 인턴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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