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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형 비리 덮기 위해 검찰 수사 막는 건가

중앙일보 2021.05.25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법무부 조직 개편안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2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조직 개편안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2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청 조직개편안’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권 말기 의혹과 권력형 비리를 검사들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강행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자 6대 범죄 수사권 통제라는 꼼수를 동원한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
 

법무부, 검찰 직접수사권 통제하는 개편안
권력 수사 못하는 경찰·공수처 답습 안 돼

법무부가 지난 21일 대검에 보낸 검찰 조직개편안을 보면 검찰의 권력 수사 예봉을 꺾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친문 성향으로 분류돼 온 이성윤 지검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에서는 반부패수사부 등 전담 부서만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대범죄의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는 앞으로 6대 범죄 수사가 봉쇄된다는 말이다. 전국의 다른 지검에서는 형사부 말(末)부에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관할 지역에서 권력형 비리와 중대 범죄를 포착해도 인지수사조차 할 수 없고,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이 고소·고발해도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수사에 착수할 수 없게 된다. 권력자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순순히 응할 리 만무하다. 이 정부 들어 승승장구해 온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가 된 상황에서 차기 총장이 권력 수사를 승인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법무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려는 의도는 짐작이 간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해 왔고, 김 전 차관을 불법으로 출국금지한 사건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형사3부는 이성윤 지검장을 기소했다. 대전지검 형사 5부와 전주지검 형사부 말부는 각각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의혹과 이상직 의원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해 와 권력의 눈 밖에 났다는 말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검찰 개혁을 내세워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대폭 축소해 왔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검찰 권한을 대폭 넘겨받은 경찰은 LH 신도시 투기 수사에서 용두사미란 비판을 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일으키며 흔들리고 있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는 바람에 자본시장에 내부자 거래 등 범죄가 판치고, 투기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조직개편의 이유로 검찰의 직접수사 자제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권력형 범죄의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비리가 있으면 여든, 야든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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