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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총장 승인해야 6대 범죄 수사…검찰 “권력수사 막나”

중앙일보 2021.05.25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요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크게 약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일선 지방검찰청 형사부가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려면 사전에 검찰총장 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미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로 축소된 데 이어 일선 지검 형사부의 권력범죄 등 중요범죄 수사까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 상반기 내 조직개편 추진
전담부서만 6대 범죄 직접수사
지검 형사부 수사길 사실상 차단
일선 검사들 “수뇌부 외압 합법화”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21일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각 지검에 ‘2021년 상반기 검찰청 조직개편안’을 내려보냈다. 여기에는 ‘6대 범죄 수사는 원칙적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공공수사부 등 전담부에서만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전담부가 없는 일선 지검의 경우 형사부 중 마지막 부가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그 아래 지청의 경우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임시조직을 설치해야만 6대 범죄 수사 개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선 지검·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사실상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그 이유로 ‘직접수사 자제 필요성’을 들었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순기능적 평가도 있으나, 편파수사·과잉수사 논란으로 인해 검찰 개혁의 원인으로도 작용했다”면서다. 그러면서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사법통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되, 직접수사 역량은 꼭 필요한 사안으로 집중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검찰청 조직개편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법무부 ‘검찰청 조직개편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법무부는 또 “통상의 형사부가 담당하는 ‘일반 형사사건’은 6대 범죄와의 구분이 불명확하다”며 “형사부 분장사무와 타 부서 분장사무의 구분을 위해 ‘일반 형사사건’에서 6대 범죄 사건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일반 형사부는 경찰공무원 범죄,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다가 새롭게 인지한 범죄에 한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해진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개혁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과제 중 하나지만 아직 채 정비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나머지 숙제를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검사는 “권력을 겨눈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개혁’의 껍데기를 쓴 직제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청와대와 여권을 조준한 수사들은 모두 형사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는 수원지검 형사3부, 이와 맞닿아 있는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는 중앙지검 형사1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수사는 대전지검 형사5부가 맡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이른바 ‘검찰 개혁’으로 인지수사 부서들이 위축되면서 형사부가 대신 정권 관련 수사를 하게 되자 이번엔 형사부에 칼을 댄 것”이라며 “인사권을 활용해 말 잘 듣는 친정권 검사들에게만 수사권을 주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지검·지청에서 직접수사를 하려면 대검이나 법무부의 허락을 받도록 한 것은 사실상 수뇌부의 외압을 합법화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하준호·김수민·정유진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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