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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네트워크 동맹’ 언급 뒤 한미성명에 “5G, 6G 협력” 담겼다

중앙일보 2021.05.24 19:22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터 안보가 강대국들의 동맹과 연대외교의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데이터 안보와 디지털 패권경쟁’에서 이렇게 밝혔다. 데이터가 오가는 ‘길’인 5세대(5G) 통신망 등에 대한 패권 경쟁이 국제 관계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발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선 이런 전망이 구체적 문구로 현실화됐다. 양국 정상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반도체·백신 등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실제론 반도체·배터리 협력보다도 성명서 앞쪽에 기록됐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의 관심이 컸던 이슈”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네트워크 동맹’을 주요 의제로 올린 배경엔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위협이 있다. 중국은 2015년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을 발표했다. 협약국에 통신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구상에 포함돼 있다. 협약을 맺은 국가는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터키 등 알려진 곳만 16개국이다. 중국은 아프리카·중동·동남아·중남미의 개발도상국들과 네트워크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서울 중구 화웨이 한국지사. 뉴스1

서울 중구 화웨이 한국지사. 뉴스1

미국에게 ‘디지털 실크로드’는 단순히 중국의 통신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다는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은 이를 데이터 보안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5G 통신 장비 등에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하는 경로)를 심어놓고 미국인과 미 정부의 데이터를 빼간다고 판단하고 제재를 가했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세계 1위 통신 업체로 성장했는데, 각국의 정보가 중국으로 새고 있다고 미국은 의심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은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게 미 정부의 인식이다. 미 국방부는 2019년 6월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전통적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비군사적 요소와 사이버전, 심리전, 군사 경쟁을 포함한 새로운 개념의 전쟁”을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부르고 대표 사례로 화웨이 사태를 꼽았다. 영국 정보기관 정보통신본부(GCHQ)도 2018년 “화웨이 통신기기와 국가안보상 위협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 싱크탱크 등은 미국이 중국과의 세계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정보통신기술의 시장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3월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글로벌 네트워크 2030’ 보고서에서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10년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을 키우는 방식 중 하나로 “동맹국과 기술 공조”를 강조했다. 이런 CSIS의 제안이 한·미 정상 공동성명서에 충실히 반영된 셈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노와이어리스를 방문, 곽영수 대표로부터 무선망 최적화 솔루션 및 5G 기지국 계측장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노와이어리스를 방문, 곽영수 대표로부터 무선망 최적화 솔루션 및 5G 기지국 계측장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신 기술은 앞으로 자율운행자동차 등에도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 쿼드(Quad) 회의나 미·일 정상회담 등 미국이 동맹국과 회의를 할 때마다 5G 등을 언급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앞으로 ‘군사 동맹’을 넘어 ‘네트워크 동맹’이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 회담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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