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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목재 생산과 숲보전 균형 찾는 세계 최대 규모 실험한다

중앙일보 2021.05.24 14:00
미국 오리건에 위치한 엘리엇 주립 연구림의 모습. 오리건 주립대학

미국 오리건에 위치한 엘리엇 주립 연구림의 모습. 오리건 주립대학

최근 국내에서 산림 벌목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벌목과 종다양성, 탄소 저장 연구
서울 절반 면적에서 50년 이상 진행

대기 중 온실가스 흡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래된 나무 일부를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산림청 주장과 생물 다양성 보존 등 산림의 여러 기능을 고려할 때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오리건 주에서 지난달 목재 생산과 숲 생물 다양성 보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계획이 승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지난달 22일 미 오리건주 엘리엇 주립 연구림 3만3000㏊에서 진행될 오리건 주립대 연구팀(OSU)의 연구 계획이 승인됐다"고 보도했다.
 
환경운동가·사냥꾼·벌목업자·원주민 등으로 구성된 엘리엇 주립 연구림 자문위원회는 논란 끝에 OSU가 제출한 최신 연구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 엘리엇 주립 연구림에서 진행할 연구 계획. 네이처

미국 오리건 엘리엇 주립 연구림에서 진행할 연구 계획. 네이처

3만3000㏊는 330㎢로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넓은 면적에서 50년 이상 임업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4가지 벌목 유형별 영향 연구

오리건 주 연구림에서서 진행할 실험방법. 보호지역에서는 나무가 계속 자라도록 하고 벌목을 진행하지 않는다. 생택적 임업지역에서는 나무를 선택적으로 벌목하고, 고강도 관리지역에서는 면적의 절반을 완전히 벌목하게 된다. 오리건 주립대학.

오리건 주 연구림에서서 진행할 실험방법. 보호지역에서는 나무가 계속 자라도록 하고 벌목을 진행하지 않는다. 생택적 임업지역에서는 나무를 선택적으로 벌목하고, 고강도 관리지역에서는 면적의 절반을 완전히 벌목하게 된다. 오리건 주립대학.

이 연구 프로젝트는 2018년 오리건 주가 처음 제안했고, 이를 다루기 위한 자문위원회는 2019년 4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러 차례 공개회의를 거쳐 이번에 최종 승인했다.
 
연구 계획에 따르면, 연구팀은 3만3000㏊ 연구림 가운데 40%는 벌목을 하지 않고 유지하게 된다.
보존 지역은 150년 전에 산불이 발생한 이후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지역이다.
 
나머지 60%는 40개 작은 구역으로 나눠  4가지 유형의 토지 관리 실험을 진행한다.
 
일부 구획에서는 개별 나무를 선택적으로 벌목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절반은 벌목하고 절반은 보전하는 방식이 채택된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개별 벌목과 전체 벌목 방식이 혼합 적용된다.
 
연구팀은  산림 관리 유형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산림의 탄소 저장량, 하천의 건강성, 곤충·조류·어류의 다양성 등 다양한 항목을 측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논란이 되는 것처럼 산림 벌목과 온실가스 저장 문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OSU 연구팀은 약 20명으로 연구원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세계 각국의 연구팀이 이곳에서 자체 연구를 진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연구림 벌목에서 얻은 이익 (연간 약 500만~700만 달러(56억~79억 원))는 실험 진행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연간 벌목은 전체 면적의 1%를 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다.
 
산림의 탄소 흡수를 통해 얻는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 수익도 예산에 포함될 수도 있다.
 
토마스 델루카 오리건 주립대 산림대 학장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숲을 좋아하지만, 나무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게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 연구 프로젝트는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목재 생산과 생물 다양성 보존 사이의 균형을 가장 잘 잡는 방법을 탐구하겠다는 것이다.
 
오리건주 유진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인 '카스케이디아 야생지역(Cascadia Wildlands)'의  조쉬 라플란 이사는  "엘리엇 연구림은 긴 악영향을 남기는 전면 벌목의 유산을 이어가는 대신에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고 탄소 저장을 늘리는 새로운 임업 방법을 개척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 위기종 대책 수립해야 

미국 오리건 주의 엘리엇 주립 연구림. 오리건 주립대

미국 오리건 주의 엘리엇 주립 연구림. 오리건 주립대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전에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OSU에서는 세부 연구 계획을 마련해 산림 관리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또, 멸종 위기 생물 종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 계획을 연방 정부기관인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리건 주립 연구림에는 점박이올빼미(학명 Strix  occidentalis)와 알락쇠오리(학명 Brachyramphus  marmoratus) 같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숲에서 둥지를 트는 바닷새인 알락쇠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소송이 벌어져 상업적 벌목이 중단되기도 했다.
 
엘리엇 주립 연구림은 1930년 주 정부 소유로 지정되면서 벌목을 통해 얻은 이익을 오리건 주 공립학교에 지원하도록 의무화했다.
 
연구림을 OSU에 제공하려면 주 정부가 학교 기금에 2억2100만 달러를 따로 내야 하는데, 현재까지 출연한 금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쨌든 여러 난관을 헤치고 이번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리건 주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산림 관리 정책 결정에 중요한 자료를 수집하게 될 것으로 연구팀이나 해외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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