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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불가""잡코인 샀다 차였다" 대학생 4명중 1명 코인 중

중앙일보 2021.05.24 10:46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엔 몇만 원으로 소소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늘려가고 있다. 체감상 주변 대학생 절반 정도는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것 같다.”
 
“취업 면접에서 다른 면접자들은 면접관들이랑 비트코인 투자 경험 얘기를 하는데, 나는 할 말이 없더라. 스스로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2030 청년층 사이에서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부는 가운데, 대학생 4명 중 1명이 암호화폐 투자 중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알바천국’이 지난 17~19일 전국 대학생 1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23.6%(413명)가 암호화폐에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 결과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고 있다’는 응답이 40.5%였으며 평균 166만 6000원의 수익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33%는 평균 74만원의 손실을 보았고, 26.3%는 원금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대학생 중 52.9%는 이번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을 내놨다. 그 이유로 ▶높은 수익률(33.0%, 복수응답)이란 답이 가장 많았으며 ▶투자 금액, 방법 등 진입장벽이 낮다(31.0%)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래 기술이라서(19.0%)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해서(15.1%) 와 같은 답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투자 기간은 평균 3.7개월로 대부분 올해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원금은 평균 141만 5000원으로 아르바이트 소득(66.4%), 부모님께 받은 용돈(15.7%), 기존 예ㆍ적금(11.1%)을 투자금으로 활용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68.3%)은 투자에 따른 부작용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시세 그래프에 따른 감정 기복 심화(35.3%) ▶학업, 알바 등 일상생활에서의 집중력 하락(14.1%) ▶생활 패턴 유지 불가(12%) ▶중독 증세(10.2%) ▶스트레스 과다(9.5%) ▶소비 씀씀이, 충동 소비 증가(8.1%) ▶불면증(4.9%) 등을 부작용으로 꼽았다.
 
실제 알바로 모은 여윳돈 300만원을 도지코인에 올인했다는 최모(22)씨는 “거의 13초 단위로 암호화폐 앱을 들여다본다. 오르내리는 금액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다 보니, 현생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주식처럼 장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 피폐해져 간다”고 토로했다.  
 
19일 오후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4562만원에 거래됐으나, 24일 오전 10시 현재 4200만원대로 떨어졌다.

19일 오후 국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4562만원에 거래됐으나, 24일 오전 10시 현재 4200만원대로 떨어졌다.

“수익률 말했다가 여친이랑 결별”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네곳(빗썸ㆍ업비트ㆍ코빗ㆍ코인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이었다. 20대가 81만 6039명(32.7%)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는 76만 8775명(30.8%)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30대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맡긴 돈은 2800억원에 달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과 중국발 암호화폐 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폭락했다.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에는 투자 실패로 좌절한 사례가 줄줄이 올라온다. 자신의 계좌번호를 첨부하며 "도와달라"는 이용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직 종사자 박모(37)씨는 “지난달에 흔히 말하는 ‘잡코인’ 정보를 들어서 3000만원어치를 매수했다가 지금은 4분의 1로 떨어졌다”며 “수익률을 여자친구한테 얘기했다가 크게 싸우고 헤어지기까지 했다. 돈 함부로 쓰고, 도박 같은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뒤늦게 ‘코인판’에 뛰어들었다는 이모(30)씨는 “투신자판(투자는 신중하게 자기가 판단해서)이라지만, 기대를 갖고 들어간 바로 다음 날 바로 ‘떡락’하니 헛웃음이 나더라”면서 “내가 이걸 왜 시작했나 싶지만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중이다”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19일 비트코인 가격은 30% 폭락해 암호화폐 시장의 시총이 1조가량 증발했다.  
 
한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월 비트코인과 주식투자 중독 상담 건수는 1362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담 건수 659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암호화폐 시장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24일 오전 10시 현재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7.71% 급락한 3만 53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권혜림·정진호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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