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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소돼도 멀쩡한 이성윤…음주운전도 직무배제됐다

중앙일보 2021.05.24 05:00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으면서도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례적인 경우인걸까.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 직무배제·징계는 별개”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발언을 계기로 과거엔 어땠는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검사·공무원 징계 사례를 파악해봤다.
 
먼저 법무부에서 최근 5년간(2016~2020년) 검사가 기소된 것을 사유로 직무에서 배제(대기발령 포함)된 징계현황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현직 검사 12명이 기소됐는데, 2016년 서울북부지검 A검사는 음주운전으로, 법무연수원 B검사와 서울고검 C검사는 금품을 수수해 직무배제됐다. 2017년에는 서울고검 D검사가 음주운전으로, 2018년에는 각각 성추행·향응 수수·음주운전으로 3명의 검사가 기소 전후 직무배제됐다. 2019년에는 각각 업무방해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총 3명이, 2020년엔 성매매와 성추행 사건으로 각 1명씩 배제됐다.
 
정 의원은 검사 등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의 ‘2015~2019년 기소 후 직위해제 현황’(인사혁신처 자료)도 분석했다. 2015년에 42명, 2016년 43명, 2017년 13명, 2018·2019년 각각 19명으로 집계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5월 11일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5월 11일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지 못하게 한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12일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사건으로 먼저 기소(직권남용 혐의 등)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 역시 자리를 그대로 유지 중이다. 음주운전 혐의 기소에도 직무배제가 됐는데 이 지검장 등은 직권남용 혐의 기소인데도 끄떡없다.
 
정 의원은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2015~2019년 국가공무원 징계현황’ 중 직권남용 사건만 추려 그 징계 수위를 살펴봤다. 그 결과 2015년 9명에 2016년 11명, 2017년 6명, 2018년 8명, 2019년 10명이었다. 이 중엔 파면(1명)·해임(6명) 등 중징계 사례도 있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3월 26일 국회에서 면접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3월 26일 국회에서 면접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야당이 직권남용에 민감해하는 건, 그동안 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야당·보수진영 인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공통으로 적용한 혐의가 바로 직권남용이었다. 재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이 혐의가 포함됐다. 정 의원은 “과거 온갖 것에다 직권남용 의혹을 제기하며 ‘즉각 자리에서 내려와 재판받으라’고 외치던 여권 인사들이 지금 자기편에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지검장의 거취에 대해 “기소된다고 다 직무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다음 날 이 지검장이 기소된 직후 공소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소장 유출은 징계 사안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대해 국민의힘 전주혜·태영호 의원은 지난 20일 “당장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자 색출을 중단하고 이 지검장 직무배제를 단행해야 한다”며 박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현일훈 기자 hym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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