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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과 손잡고 원전 종주국 위상 회복 노린다

중앙일보 2021.05.24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아랍에미리트에 건설된 한국형 원전 바라카 1호기(오른쪽)와 2호기 모습.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에 건설된 한국형 원전 바라카 1호기(오른쪽)와 2호기 모습.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외국 원자력발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에서 “원전 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외국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동·유럽 등에 원전 건설 수요가 있다. 양국이 함께 진출하면 외국 원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원전시장 공동 진출 합의
미국 기술력, 한국 시공력 시너지
중·러 신규 원전 싹쓸이 수주 제동
“원전 경쟁력 위해 탈원전 수정을”

한국은 원전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수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해외 시장에선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폴란드·영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 협력을 통해 ‘원전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최근 세계 원전 시장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신규 수주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을 앞세워 미국형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원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설계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이 있다. 우리는 시공이나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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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원전 협력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러의 원전을 전 세계에 건설하면 (미국이) 우라늄 투입량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의 원자력 통제권도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 장쑤성 톈완 원전과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의 착공식을 화상으로 참관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원전 협력 의제는 미국이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꼽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SMR은 기존의 대형 원전과 비교해 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원전이다.
 
한국과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차세대 원전 2기를 수주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본격화하려면 앞으로 4년이란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 한국의 원전 경쟁력을 유지할 ‘징검다리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탈원전 노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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