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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힘든 지금 KBS 수신료를 꼭 올려야 하나요?"

중앙일보 2021.05.23 18:14
22~23일 진행된 'KBS 공론조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자료 KBS]

22~23일 진행된 'KBS 공론조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자료 KBS]

"KBS 직원들이 어느 사이트에 남긴 글을 봤는데, KBS는 발전 의지가 없고, 회식만 많고, 정규직 간부들은 사내 정치만 한다는 토로였다. KBS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코로나19로 어려운 지금 굳이 수신료를 인상해야 하나요?

'KBS 공론조사' 시민참여단 질의
"지금 수신료 올려도 2년 후 반영"

 
22~23일 진행된 'KBS 공론조사 국민께 듣는 공적 잭임과 의무'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이틀간의 행사는 각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발표, 분임토론, 시민참여단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됐으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시민참여단은 전국 성인남녀 중 연령ㆍ직업ㆍ성별 인구비례를 고려해 200명으로 구성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KBS 수신료 인상이나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고 할 때 'KBS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평가하자'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러나 그 전에 재정을 적절하게 줬는지를 봐야 한다. 또 새로운 온라인상 역할도 주어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책임을 부과할 때엔 사회가 그 재정을 부담하는 일도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 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시청자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심 교수는 "프로그램 출연자의 출연료나 프로그램당 제작비를 알고 싶다는 지적도 있는데, KBS가 기준을 세워 시청자가 아는 부분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와 분임 토론 후 시민참여단의 날카로운 질의와 경영진의 응답이 이어졌다. 
KBS의 사내정치와 비효율적 업무문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임병걸 KBS 부사장은 "지적이 뼈아프다. 다만 다른 곳과 달리 KBS는 언로가 트여있는 수평적 조직"이라면서 "4600명 중 권위적 간부도 있고 일을 덜 하는 직원도 있고, 타성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대다수 직원은 열정적이고 희생적이며 직무 재설계를 통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국민 경제 상황이 열악한 상황인 만큼 인상 시기를 조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양승동 KBS 사장은 "수신료가 조정되더라도 실제 시행은 2년 후 정도"라며 "그때는 코로나 19가 진정되어서 경제구조가 고통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시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인상 프로젝트는 KBS 구성원의 절박성을 담은 것이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고, 마음을 얻어야 한다. 내부 혁신의 동력이라고 생각해 변화하고 부끄럽지 않게 도록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22~23일 진행된 'KBS 공론조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자료 KBS]

22~23일 진행된 'KBS 공론조사'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자료 KBS]

'다른 방송사와 달리 수신료를 받는데도 심각한 적자에 처하게 된 근본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양승동 사장은 "방송법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가 규정된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다른 방송사와 달리 채널도 2개이고, 관현악단 등도 운영한다"고 구조적 문제를 토로했다. 그러면서 "광고를 늘리기 위해 사장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광고주라도 만나야 하는지 몇 번 망설이다가 감사 인사도 했지만 (공영방송이) 광고에 올인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설명했다.  
 
EBS에 수신료의 3%만 배정되는 비율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임병걸 부사장은 "현재 수신료의 3%, 190억원 정도가 EBS에 현금으로 지원된다. 다만 광고 결합판매를 통해 200억원, 송수신시설 이용 등 현금이 아닌 지원액까지 합치면 500억원 정도가 된다"고 반박했다. 또 "만약 수신료가 인상되면 배정 비율을 5%로 올릴 예정인데 만약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더 올리라고 한다면 그 폭을 더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한 대안 모색도 제기됐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영국과 프랑스처럼 물가에 연동해 수신료가 자동 조정되는 나라도 있다. 영국은 BBC 설립 후 27차례 인상했으며, 독일은 3년에 한 번씩 전문가들이 모여 인상 또는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승동 사장은 "전 세계 공영방송이 모두 위기다. BBC나 NHK도 수신료 인상 또는 유지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더 높다"며 "다만 스위스 공영방송은 극좌-극우 정치권의 연대로 폐지 운동이 벌어져 국민 절반이 이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70%가 반대로 돌아선 적이 있다.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대해 잘 증명하면 국민도 수신료 제도에 대해 평가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답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품격'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이 각자 다른데, KBS가 그걸 판단하지 말고 시청자나 다른 쪽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도 안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독창성이 아니라 외부에서 생각하는 독창성이 무엇인지 열린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 시청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며 "KBS가 '우리는 최고의 우수한 방송집단'이라는 생각에 머물지 말고 조금 더 개방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시청자가 생각하는 고품격과 고품질은 무엇인지 기획하고 노력해야 시청자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램에 부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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