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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원 까먹는중, 멘탈잡기 어렵다" 개미들 코인주 쇼크

중앙일보 2021.05.23 17:38
직장인 이모(35)씨는 요즘 비트코인의 '비'자만 나와도 속이 쓰리다. 이달 초 비상금 1400만원 털어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어서다. 원금의 21% 이상을 까먹었다. 이씨는 "가격 급등락이 심해 비트코인 직접 투자 대신 관련 주식을 샀는데 후회막심"이라며 "매일 밤 수십만원씩 날아가는 계좌 잔고를 보면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1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3% 오른 4831만9000원이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1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3% 오른 4831만9000원이다. 연합뉴스

한화증권·코인베이스 등 줄줄이 급락

미국과 중국의 규제 강화 등 잇단 악재로 촉발된 '암호화폐 쇼크'가 관련 주식의 주가마저 추락시켰다. 주가 급락세는 한국과 미국 등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비트코인 관련주에 투자하는 동학·서학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도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에선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많이 빠졌다.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다. 두나무 지분 6.6%를 가진 에이티넘인베스트 주가는 지난 19일 이후 이틀간 15% 급락했다. 지난 19일은 암호화폐 시장이 '검은 수요일'을 맞은 날이다. 중국이 자국 내 암호화폐 거래를 원천 봉쇄하는 규제안을 내놓아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30%가량 폭락했다.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각각 14.8%, 9.3% 내렸다. 이들 회사는 두나무 지분을 각각 7.6%, 6.2% 갖고 있다. 비덴트 주가도 15.2% 급락했다. 비덴트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 지분을 10.3% 보유 중이다.  
 
지난 12일 종가와 비교하면 주가 낙폭은 더 컸다. 이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차량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하락장의 방아쇠를 당긴 날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지난 12일 이후 28.6% 급락했다.
 
암호화폐 관련주가 추락한 건 미국 증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4일 나스닥에 직상장된 코인베이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최저가인 224.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지난 12일 이후 26% 내렸다. 암호화폐 채굴업체인 라이엇블록체인은 같은 기간 23.5% 급락했다.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한 기업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비트코인을 40억 달러 이상 사들인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12일 이후 22%가량 밀렸다. 핀테크 업체 스퀘어(-9.4%), 테슬라(-5.9%) 주가도 부진했다. 이들 회사는 각각 17억 달러, 1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악재에 비트코인 관련주 급락.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잇단 악재에 비트코인 관련주 급락.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당분간 주가 변동성 증폭 불가피" 

투자자 속은 타들어 간다. 특히 코인베이스, 테슬라 등은 서학 개미들이 많이 산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14일(결제 기준 19일) 상장 이후 코인베이스를 1억562만 달러(약 12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 기간 서학 개미들이 사들인 해외 주식 1위다. 테슬라는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79억 달러·8조9000억원)한 해외 주식이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선 "테슬라 두 번 물 탔다가(주가 하락시 추가 매수해 평균 매입 단가 낮추는 것) 망했네요" "코인베이스로 800만원 까먹는 중, 멘탈 잡기 어렵다"는 투자자 반응이 잇따랐다.  
 
전문가 사이에선 "당분간 주가 변동성 증폭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세계 각국에서 암호화폐 규제가 나올 조짐이라 관련주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와 해외 주식이 차별화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국내 관련주는 본업과 실적을 고려할 때 낙폭이 과하지만, 테슬라 등 일부 해외 관련주는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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