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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모더나 생산기지됐지만…"당장 수급 해소엔 역부족"

중앙일보 2021.05.23 17:01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은 우리 군인 55만명분에 맞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관심사였던 백신 스와프는 이번 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국내 최초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인 모더나를 위탁생산하게 되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우리가 물량 결정권을 쥔 게 아닌 만큼 당장의 국내 수급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한미 백신 협력 성과와 관련,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한국의 백신 제조·생산 역량과 미국이 가진 백신 기술 및 원부자재 공급능력을 결합한다면 전 세계 백신 수급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전 세계 백신 수급문제에 공동 대응하며 백신 개발 관련한 기술협력을 추진하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강 차관은 ”한국의 우수한 생산 역량, 인적 자원 및 품질 관리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제고하는 한편, 한국이 글로벌 백신 공급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담 이전 정부는 미국의 백신 여유분을 한국이 조기에 공급받고 나중에 갚는 방식의 백신 스와프를 거론했지만 관련 논의엔 성과가 없었다. 이에 대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2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만 특별히 지원한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게 미측의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와프를 통해 11월 목표의 집단면역 달성을 조금이라도 당겨보자는 게 시급한 과제였는데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사진 청와대

 
모더나의 백신 원료를 들여와 3분기부터 수억 회분을위탁생산하게 됐지만, 삼바가 맡은 건 백신 생산공정의 마지막에 원액을 주사기에 충전하고 포장하는 완제생산에 그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삼바가 생산한 백신을 국내에 공급하려면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 이전이 이뤄져 계약 기간 공급 권한을 갖게 되는 라이선스인(License-in) 계약과 달라 생산물량, 공급 관련해선 전적으로 모더나가 결정한다. 실제 국내 수급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는 얘기다.
 
향후 국내 수급과 관련해 정은영 복지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국내 생산분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사와 협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다만 “국내에서 mRNA를 위탁생산하는 기반을 처음으로 갖춘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mRNA 백신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기지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를 두면서도 당장의 백신 수급에 영향을 미쳐 집단면역 달성을 당기는 등의 가시적 영향은 없을 거라고 평가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위탁생산하면서 일정량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하거나 기술을 이전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단순 위탁생산에 그친다면 대단한 성과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아시아의 백신 위탁 생산 허브를 한국이 맡는다는 의미에서 진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위탁생산한 것을 자체적으로 자국에 공급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건 모더나가 7월에 얼마, 8월에 얼마 구체적으로 들어올 거라는 얘기인 건데 결국 빛 좋은 개살구 같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탁생산을 계기로 궁극적으로는 삼바가 원료의약품 생산까지 맡게 될 수 있지 않겠냔 기대도 나오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특허가 300여건 이상 엮여 있기 때문에 모더나가 기술이전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모더나는 현재 스위스 제약사 론자에만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최재욱 교수는 “스위스 론자가 독점적으로 10년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모더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론자의 권한이 침해되지 않도록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원료공급까지 할 수 있도록 협의해볼 수는 있다. 기업이 역할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정부가 당초 계약한 백신의 조기 공급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추가적인 도입 일정에 대해 여전히 “제약사와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상반기 내 노바백스·모더나·얀센 백신 271만회분이 공급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물량은 모른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내에 모더나 백신 초도물량이 상당량 들어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9900만명분(1억92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했고 계획대로 들여올 예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확보한 물량을 조금이라도 빨리 당겨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하반기에는 60세 미만 성인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이 시작하는데 수급이 들쭉날쭉하면 2분기 때처럼 백신 보릿고개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서다. 3분기에 도입될 백신은 8000만회분으로 언제, 얼마큼 들어올지 정해지지 않았다.
 
김우주 교수는 “노바백스는 원료 부족 등의 변수로 허가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모더나도 2분기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아직 일정을 모르고 얀센은 들여와도 혈전 문제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결국 거부반응이 적은 화이자, 모더나를 확실히 공급받는 게 관건인데 3분기 수급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전세계적으로 수급에 변동성이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에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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