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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온 브로" 文·바이든 케미···무릎 굽힌 이 장면, 박수 터졌다

중앙일보 2021.05.23 16:35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갑시다, 친구.”(Come on bro, let’s g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문 대통령에게 손짓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폭스뉴스 기자가 미확인비행현상(UAP·일반적으로 UFO)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다시 물어보겠다”고 답한 뒤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연단을 함께 내려가자며 사용한 표현은 친밀한 관계에서 사용하는 호칭인 “브로”(bro)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손님인 문 대통령을 향해 친근감을 표현하곤 했다.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한국전 참전 용사 랄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랄프 대령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당초 미국 측 의전 계획에는 랄프 대령과 그의 가족,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만 촬영 명단에 있었다.
 
랄프 대령 가족 등이 모두 모인 뒤 바이든 대통령은 주위를 둘러봤다. 문 대통령과 눈이 마주치자 “문 대통령도 같이 서주겠어요?”(Mr. President, do you mind standing here too?)라며 기념촬영 자리를 마련해줬다. 문 대통령이 머뭇거리자 바이든 대통령은 다시 손짓을 하며 재촉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랄프 대령 양 옆에서 무릎을 굽혀 앉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Ralph Puckett)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Ralph Puckett)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당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상의 이른바 ‘케미’(chemistry·호흡)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한파로 분류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어 두 정상이 이번 만남에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또 한·미 양국 집권여당이 모두 민주당인 것은 20년 만이라는 점, 두 정상이 가톨릭 신자라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이유였다.
 
실제로 회담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케미’에 만족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간) 워싱턴DC에서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동하면서 페이스북 등에 “최고의 회담”이었다며 “(바이든 대통령 등은) 모두 쾌활하고, 유머있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주는 분들”이라고 썼다.
 
두 정상의 친밀감은 회담 시간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둘만 참석하는 단독회담은 37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정은 20분이었는데, 훌쩍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독회담에서 참모진이 계속 ‘시간이 지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난 회담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투자, 중국 견제 등 한국 측으로부터 얻고 싶은 성과가 많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단독회담은 오찬을 겸해 진행됐는데 게살을 이용한 음식인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가 식탁에 올랐다.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설명했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방미 때 미·일 정상의 오찬 메뉴는 햄버거였다. 둘은 2m 정도 떨어져 앉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겸 단독회담에서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대접했다.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는 동부의 대서양의 체서피크만에서 주로 나는 꽃게살을 이용하는 어묵과 비슷한 음식이다. 바이든 트위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겸 단독회담에서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대접했다.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는 동부의 대서양의 체서피크만에서 주로 나는 꽃게살을 이용하는 어묵과 비슷한 음식이다. 바이든 트위터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햄버거 오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통역만 배석한 가운데 '햄버거 오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스가 총리 방미 때와 달리 밀접한 장면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영향이 크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까지만 해도 미국 내 코로나19 공포감이 커 양국 정상 동선에 제약이 컸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쓰고 스가 총리와 악수도 삼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자의 실내외 마스크 미착용 허용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은 마스크를 벗은 채로 회담을 진행했고, 악수 등을 하며 친밀한 모습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등에 “코로나 이후 최초의 해외 순방이고 대면 회담이었던데다, 최초의 노마스크 회담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썼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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