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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묘수 "백신 지원은 미군 접촉하는 한국군에게"

중앙일보 2021.05.23 16:1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은 ‘한국군 55만명 대상’이다. 백악관이 국제 사회의 눈총을 무릅쓰고 한국에 백신을 줄지 여부가 관심사였는데 "미군과 정기 접촉하고 있는” 한국군으로 확정됐다. 한국 정부는 향후 국방부·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미국과 협의해 미국에서 지원하는 백신의 종류와 구체적인 접종 시기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한국군 55만명' 백신 직접 지원
국제사회 비판 피하면서 동맹 중요성 과시
한미 연합훈련 재개로 이어지나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지원 대상을 ‘한국군 55만명’으로 제한한 건 코로나19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에 백신을 직접 지원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한국군 백신 접종을 통해 한·미 연합 방위력을 제고한다는 상징성을 앞세워 인도·필리핀 등 백신 부족국을 제치고 한국에 백신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피해간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보다 공공의료 체계도 훨씬 부실하고, 확진자도 훨씬 많고, 또 사망자 수도 비례적으로 훨씬 높고, 치명률도 높은 취약국들이 많다”며 “미국으로서는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 뿐 아니라 미군 위한 결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군 55만명 백신 지원 방침에 따라 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도 일부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일 해병대 제9여단 관계관들이 백신 접종을 받는 모습. [해병대 9여단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군 55만명 백신 지원 방침에 따라 30세 미만 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도 일부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일 해병대 제9여단 관계관들이 백신 접종을 받는 모습. [해병대 9여단 제공]

결과적으로 한국군 백신 지원은 백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한국 내 여론을 미국이 잘 알고 있음을 알리면서 동시에 미국 국내와 다른 나라들을 향해선 해외 미군이 처할 수 있는 코로나19 위해를 줄이려는 조치라는 명분을 제시한 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백신 지원 계획을 밝히며 “이는 그들 자신뿐 아니라 미군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조야에는 한국 내부를 향한 미국의 우선순위가 ‘한·미동맹’을 기준으로 매겨진다고 알리는 효과도 거뒀다. 
 
한국 정부는 당초 다음달부터 30세 미만 장병 약 41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지원 방침에 따라 접종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30세 이상 장병의 경우 지난 21일 기준 이미 11만4000여명이 백신 접종을 마친 만큼 미국으로부터 지원받는 백신 중 일부는 입영 예정자 등을 위한 예비용으로 비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추가 협의를 거치면 유통 기한이 임박한 잔여 물량을 민간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3년째 중단된 연합훈련 재개될까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3년째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군 장병의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스1]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은 3년째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군 장병의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스1]

일각에선 한국군 백신 접종이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의  사전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및 유예 방안이 논의된 이후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 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실기동훈련(FTX)을 중단한 상태다. 그 결과 연례 한·미 연합훈련은 3년째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됐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는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기류가 엿보였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이를 가로막아 아직도 대부분의 연합훈련을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 군 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은 연합훈련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된다.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면 오는 8월 예정된 하반기 연합훈련을 기점으로 대규모 기동훈련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한·미 연합훈련 축소·연기 주장과 관련 “합동군사훈련은 동맹국의 준비 태세를 보장하는 주요 방법”이라며 “오늘 밤 당장이라도 싸울 수 있는 동맹 준비태세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그간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미국이 연합훈련의 항구적 중단을 공식화한 적은 없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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