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美, 제재 대신 협상하겠다는데...中 눈치보는 北은 입 닫았다

중앙일보 2021.05.23 15:44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논의와 관련,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강조하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함에 따라 공은 북한으로 넘어 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한미, 북한이 우려한 제재와 압박 대신 외교와 협상에 방점
환영할만 하지만 선뜻 나서기엔 추상적이고, 중국 눈치
"美 새 대북정책, 한미 정상회담 내용 파악뒤 움직일듯"

양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하고 한ㆍ미 동맹강화와 경제 및 기후협력 등 현안 전반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북핵 등 북한과 관련해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 성명등 기존의 남북, 북ㆍ미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등 9개 내용에 합의했다.  
 
한ㆍ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뒀다는 후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특별대표에 싱가포르 정상회담 실무접촉에 나섰던 성김 전 필리핀 대사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도 표했다. 앞으로 양국은 소통하며 대화ㆍ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은 23일 오후 현재 침묵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 도발이나 논평을 삼가며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정상회담 결과가 나온만큼 내부적으로 평가를 하고, 토론을 거쳐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서도록 하기엔 공동성명의 내용이 뭔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며 “이번 회담에서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북한이 회담장으로 나올 명분이 부족하고, 김 위원장이 8차 당대회(1월)에서 언급한 전술핵 무기 개발에 시간이 다소 필요한 만큼 북한은 당분간 ‘힘겨운 정면돌파’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표면적으로는 공동선언을 환영하며 대화에 나서기 보다 침묵 또는 부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공동선언에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인권이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철폐 하고, 미ㆍ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미국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 이번 회담 결과에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북한이 호응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방미 결과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ㅕ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중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입장을 정하거나, 미국의 본심을 타진하기 위해 비공개 접촉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2018년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며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이번에도 뒷배인 중국과 입장 조율을 하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은 포괄적이고 외교적인 용어로 돼 있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 것”이라며 “미국의 새 대북정책 내용과 공동선언에 담긴 이면의 의미를 확인하는 남북, 북ㆍ미 비공개 접촉 정도는 북한이 생각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