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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바보 노무현 덕에 민주주의···지금 우린 부끄럽다"

중앙일보 2021.05.23 12:49
권양숙 여사(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 대행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주먹인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양숙 여사(오른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 대행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주먹인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23일 “대통령 열망과 달리 오늘 대한민국의 불신과 갈등은 어느 때보다 깊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12주기 추도식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의 그 우직한 도전 덕분에 오늘 우리는 이만큼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저희는 대통령님께 부끄러운 고백도 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작은 차이를 부풀리고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며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들, 세대와 성별간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님은 ‘관심을 보이면 안보이는 것도 보이고 사랑하면 그때부터 보이는 것이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더 부끄럽다”며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과 고통받는 사람에게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한 우리 모습 탓이다. 분노하는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하지 못한 정치때문”이라면서 거듭 자세를 낮췄다.
 
김 총리는 “대통령께서 살아 생전에 좋아하던 말씀은 우공이산(愚公移山), 사람들이 ‘바보정신’이라 불렀던 바로 그 정신”이라며 “대통령이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매진한 일들은 지역주의를 넘어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최고위원 시절 한 말씀이 떠오른다. 그때 당신께선 우리가 힘들고 주저하면 늘 말했다. ‘뭘 그리 망설이나 팍팍 질러라’고 호통쳐주다”며 “상식과 정의, 국민의 희망이 되는 정치를 위해 용기있게 말하고 행동하란 채찍질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 가야할 길은 멀고 힘들다. 하지만 ‘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치지 않겠다”며 “국민 가슴 속 희망의 씨앗을 심는 정치가 되도록 우리 모두 항상 깨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도식은 국민의례와 묵념, 대표 헌화 및 묵념, 김부겸 총리 추도사, 12주기 주제 영상 ‘어느덧, 열두 번째 봄’ 상영, 유시민 이사장 감사 인사, 참배 순으로 진행됐다.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양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양숙 여사와 곽상언 변호사, 유 이사장이 대표로 헌화·분향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우리가 당신을 잊지 않는 것처럼 당신도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며 “당신이 이 땅에 살아 계신 한, 이 땅은 공정한 사회와 평화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며 추모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열두 번째 봄을 맞은 오늘까지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키워왔다”며 “열세 번째 봄은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8대 대선 후 치러진 서거 8주년 기념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로 추모를 대신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도사
노무현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어느덧 12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이 무색하게도 대통령님의 빈자리와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늘 이곳 봉하마을에는 조촐하게 모였습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또 해외에서,  
수 많은 분들이 마음으로  
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살아생전에  
좋아하시던 말씀은 ‘우공이산’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보 정신’이라고도 불렀던 그 정신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매진하신 일은  
지역주의를 넘어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분열의 정치를 청산하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통해서  
‘사람 사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신념이셨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는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으면서도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대통령님의 그 우직한 도전 덕분에,  
오늘 우리는 이만큼의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대통령님께 부끄러운 고백도 드리고자 합니다.  
대통령님의 열망과 달리  
오늘날 대한민국의 불신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깊습니다.
 
작은 차이를 부풀리고,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며,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들,  
세대와 성별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관심을 가지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사랑하면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지 못한 탓입니다.  
분노하는 사람들을 좀 더 사랑하지 못한 정치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이 최고위원 시절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때 당신께서는 저희가 주저할 때마다  
“뭘 그리 망설이노? 팍팍 질러라!” 하며 호통을 치셨습니다.  
상식과 정의,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정치를 위해서는  
용기 있게 말하고 행동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하지만 ‘바보 노무현’의 삶처럼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가슴 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겠습니다.  
 
“대통령님, 정말 그립습니다. 노 최고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끝)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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