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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모습처럼 집에 못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안전불감증

중앙일보 2021.05.23 12:00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 앞 컨테이너 모형에 꽃을 꽂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 씨의 부친 이재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청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 앞 컨테이너 모형에 꽃을 꽂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하는 근로자를 죽음으로 몰 수 있는 안전불감증이 산업현장에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되는 사안을 소홀히 한 탓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전국 2만4000여 개 산업현장에 대해 불시 점검을 한 결과 2만5802건의 사망사고 위험 요인을 적발했다. 적발 건수와 사업장 수를 대비하면 사실상 모든 사업장에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꼴이다.
 
안전공단은 적발된 사안을 현장에서 즉시 시정토록 조치했지만, 이 가운데 점검을 거부하거나 위험을 계속 방치하는 악덕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근로감독이 시행되면 작업 중지는 물론 위반 사항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진다.
 
안전보건공단 요원들이 인천의 한 건설현장에서 불시점검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안전보건공단 요원들이 인천의 한 건설현장에서 불시점검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건설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심각했다. 1만6853개 건설 현장을 불시 점검했더니 절반에 가까운 7951개 현장에서 1만7700건의 사망사고 위험 요인이 적발됐다. 특히 작업 발판을 설치하지 않거나 비계 없이 작업하는 등 추락 위험을 방치한 게 82.8%(1만4664건)에 달했다. 부딪힘으로 인한 사망사고 위험이 704건, 화재·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례도 455건이나 됐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였다. 50인 미만 사업장 7173개를 점검했더니 3937개 사업장에서 8102건의 위험요인이 적발됐다. 근로자가 컨베이어나 프레스, 분쇄·파쇄기와 같은 기계에 끼여 숨질 수 있는 위험요인이 29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 위험 1872건, 부딪힘 1277건, 화재·폭발 513건 순이었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불시 점검 결과 근로자가 출근하던 그 모습 그대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은 험했다"며 "대부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되는 사안이어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전공단은 안전점검용 패트롤 차량을 4배가량 늘려 산업현장에 대한 불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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