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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3만원으로 VIP 기분 누려볼까…정상회담 만찬주

중앙일보 2021.05.22 09:00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비록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에 따라 식사 절차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통상 이런 국제적 행사에서는 어떤 와인이 오·만찬 테이블에 오를지 관심이 쏠리곤 한다. 정상들의 메뉴는 ‘귀빈’의 국가는 물론 개인적 취향, 식습관, 건강 상태, 종교 등을 섬세하게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건배주는 양국 정상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선택되기 때문에 상징성이 부여된다. 
 

[이럴 때, 와인낫?]

외교부 관계자는 “국빈 만찬에 정해진 절차는 없고, 정상들의 기호를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상의 만남에 제공되는 모든 요소, 심지어 배경 음악도 의미 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만찬용 술에 어떤 스토리가 담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역대 국빈들이 마셨던 와인 한 잔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정상회담, 국빈방문, 정상회의 등에 사용된 와인 중에서 3만~20만 원대를 정리했다.  

문재인·트럼프 만찬 와인은?  

2017년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만찬에 오른 화이트 와인은 ‘스톤스트리트 소비뇽 블랑 소노마’, 레드 와인은 ‘하트포드 코트 파 코스트 피노누아’다. 와인 전문가들은 두 와인이 한국을 닮았다고 평가한다. 해발 120~360m의 높은 산 계곡에서 어려운 양조 환경을 극복하고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 비교적 짧은 와이너리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톤스트리트 와이너리와 하트포트 패밀리 와이너리는 각각 1995년, 1994년 설립됐다.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은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짧은 역사 속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을 위해 미국이 세심하게 준비한 것이 아닐까 싶다”며 만찬주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하트포드 패밀리 와이너리는 1997년부터 백악관에 공식 와인으로 선정됐다. 2002년 이후에 생산된 피노누아 와인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95~97점 이상을 받으면서 미국 내 최고의 와인이란 극찬을 받았는가 하면 와인타임지에서 톱10에 선정됐다. 포도밭별로 와인을 양조하면서 연간 1만병 내외 소량으로 최고 품질의 컬트 와인을 생산해 ‘숨겨진 다이아몬드 같은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백악관이 내놓는 ‘로버트 몬다비’

왼쪽부터 '끌로 드 로스 씨에떼',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하트포드 파 코스트 피노누아' 사진 각사

왼쪽부터 '끌로 드 로스 씨에떼',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 '하트포드 파 코스트 피노누아' 사진 각사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와인은 ‘로버트 몬다비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9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을 받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건배주로 쓰였다.  
 
로버트 몬다비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급 와인 시장을 연 와이너리다. 1990년대만 해도 미국 와인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에서 국빈을 맞을 때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을 주로 사용했다. 이후 로버트 몬다비가 백악관 행사에서 자사 와인을 선보였고, 이를 맛본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백악관 만찬에서 미국산 와인만을 사용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현재 백악관에서는 이탈리아 국빈 방문 시 로버트 몬다비의 와인을 내놓는다.  

청와대가 배려한 스페인 국왕 결혼식 와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초청 공식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초청 공식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국빈을 맞을 때 사용한 와인 중에는 ‘임페리얼 그란 레세르바’가 있다. 2019년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방문 환영 만찬에 사용됐다. 쿠네 와이너리는 스페인 와이너리 중에서 스페인 국기를 로고로 사용하는 유일한 회사다. 청와대는 당시 방한한 펠리페 6세 결혼식 만찬에 이 와인이 사용됐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페리얼 리오하 그란 레세르바 2004년 빈티지’는 지난 2013년 스페인 와인 역사상 최초로 와인 평론지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1위에 선정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렸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만찬에서는 ‘끌로 드 로스 씨에떼’가 사용됐다. 유명 와인 메이커 미셸롤랑이 프랑스 보르도 내 6곳의 샤또 오너들과 함께 뜻을 모아 만들어낸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이다. 라벨에는 ‘최고가 모여 만들어낸 최고의 와인’의 의미를 담아 칠각성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성공’을 의미한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로 선정된 바 있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정상의 만찬주  

2018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3만 원대 저렴한 가격으로도 정상의 만찬주를 즐길 수 있다.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 사용된 ‘맥스 리제르바 카베르네 소비뇽’은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의 베스트셀러 와인이다. 잘 익은 붉은 과일의 향이 매력적이다. 칠레 역사를 통틀어 4명의 대통령과 정·재계에 정통한 에라주리즈 가문 와인이라는 점뿐 아니라 당시 칠레 와인의 인기가 한몫했다. 과일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무르며, 균형 잡힌 타닌과 부드러우면서 향긋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로버트 파커로부터 90점 이상을 받았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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