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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韓 붙박이로 안둔다? 美는 왜 미군 재배치 꺼냈나

중앙일보 2021.05.22 05:00
 
“주한미군은 인도ㆍ태평양 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이외) 급변사태나 지역(인도ㆍ태평양) 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력을 제공한다.”

키워드: 전략적 유연성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활주로에서 주한미군 AH-64 아파치 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유사시 북한군 전차 부대를 막아 세울 전력들이다. 그런데, 이들 중 1개 대대가 2008년 이라크로 파견된 적 있다. 뉴스1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활주로에서 주한미군 AH-64 아파치 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유사시 북한군 전차 부대를 막아 세울 전력들이다. 그런데, 이들 중 1개 대대가 2008년 이라크로 파견된 적 있다. 뉴스1



다음 달 한ㆍ미연합군 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부임할 폴 라캐머러 미국 육군 대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 낸 서면 답변 내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에서 벌어지는 군사작전에 동원하겠다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의미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미군을 붙박이에서 기동타격대로 탈바꿈하겠다는 개념이다. 냉전 때 미국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한반도와 독일에 대규모 지상군을 배치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테러와의 전쟁이 일어나면서 한반도와 독일의 병력을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래서 미국은 해외 주둔 미군의 배치 계획을 다시 짜는 세계적 방위태세 검토(GPR)를 마쳤다. 전략적 유연성과 GPR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실제로 2008년 주한미군의 AH-64 아파치 헬기 2개 대대 중 1개 대대가 이라크로 보내졌다. 2017년에서야 다시 1개 대대가 돌아왔다.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GPR과 전략적 유연성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워싱턴 정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전 세계에 배치한 미군 규모가 적절하고, 미국의 세계 전략을 뒷받침하도록 GPR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무엇 때문에 미국은 GPR과 전략적 유연성을 다시 꺼냈을까? 중국이다. 중국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만족하지 않고 전 세계로 영향력을 뻗어 나가려 한다. 미국은 미군을 재배치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백악관에서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인도ㆍ태평양 정책 조정관은 “미군의 전진배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항행의 자유ㆍ주권 평등ㆍ투명성 등 국제 사회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같은 최전선에 미군을 놔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남중국해ㆍ동중국해ㆍ대만해협 등지에서 무력을 행사하면, 다른 지역의 미군을 투입하는 게 전략적 유연성이다. 이들 분쟁 예상 지역에서 가까운 한국엔 지상군 위주로 2만 8500명의 미군이 있다. GPR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가 호주나 동남아시아로 옮겨질 수도 있다.

 
오스틴 장관은 동맹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GPR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의견은 미국에겐 참조 사항일 뿐이다. GPR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의 국익이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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