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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무릎 ‘농부병’ 원흉 제거했다, 서서 재배하는 수박농사법

중앙일보 2021.05.22 05:00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가 개발한 수박 수직 수경재배법. [사진 충북농업기술원]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가 개발한 수박 수직 수경재배법. [사진 충북농업기술원]

 
허리와 무릎에 관절염을 유발하는 수박 농사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수직 수경재배법이 개발됐다.

충북농기원, 서서 작업할 수 있는 재배법 개발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는 수박 하우스에 기둥 여러 개를 심고, 받침대에 설치된 접시에서 과실을 수확할 수 있는 수직 수경재배법을 보급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수박은 줄기가 바닥에 누워서 자라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파종, 관리, 수확 등 작업 90% 이상을 허리를 구부려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박은 참외와 함께 근골격계 질환을 일으키는 ‘농부병’ 유발 작물로 알려져 있다. 김은정 수박연구소 환경이용팀장은 “농촌 고령화로 인해 작업이 고된 수박 농사를 기피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작업이 수월한 재배법을 고안하다가 수직 재배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실이 작은 딸기 등 일부 농작물의 경우 수직 수경재배가 보편화했지만, 수박에 이 재배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크기가 작은 애플수박도 무게가 2.5∼3㎏에 달해 수확 때까지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탱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농기원 2017년부터 수직 재배법 연구에 착수해 4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수확 때까지 수박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일렬로 세워놓은 기둥에 수박 줄기를 고정하고, 무거운 열매를 받침대에 놓는 방식이다. 비닐하우스 기준으로 2줄로 재배하던 수박을 4줄로 밀식 재배하는 게 가능해졌다.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가 개발한 수박 수직 수경재배법. [사진 충북농업기술원]

충북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가 개발한 수박 수직 수경재배법. [사진 충북농업기술원]

 
시범재배 결과 중소형 수박(3~4㎏) 생산량은 2.6배 늘어나고, 노동력은 5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소득은 10a당 300만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농기원은 지난해 3월 수박 수직재배법을 특허 출원하고, 5월에는 농가에 기술이전도 했다. 이 재배법은 농촌진흥청의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채택돼 올해 충남·북, 전남·북, 경남, 세종 등 전국 6개 시·도 농가 8곳에서 도입했다.
 
수박연구소는 3년 전 수경 재배법 개발에도 착수해 지난 2월 특허 출원을 신청했다. 김은정 팀장은 “수분 함량이 90% 이상인 수박의 당도를 유지하면서 열과를 막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당도를 높이기 위해 수확 직전에 배액에 포함된 수분 함량을 서서히 줄여가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박연구소는 올해 수직 수경재배한 수박을 지난 17일 경매시장에 내놨다. 2.5㎏짜리 2∼3개의 망고수박과 애플수박을 담은 상자 34개는 총 29만원에 낙찰됐다. 1개당 평균 4000원 이상 가격이 매겨진 것으로, 일반 망고수박이 3000원 선에 낙찰되는 것보다 값도 비쌌다. 당도는 일반 수박과 비슷한 11~12브릭스였다고 한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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